백두대간을 단독 종주한 여성 산악인 남난희(오른쪽)씨가 요즘 지리산 화개골에서 키우고 있는 아들 기범이. 산에서 줄곧 자란 아이답게 나무 타는 솜씨가 날렵하다.

“지리산에서 사는 즐거움이라면, 글쎄요, 찻잎을 따는 일에 몰두하거나 신선한 야채에다가 손수 만든 된장을 발라 먹고 사는 맛이 보통이 아니네요.”

지리산 화개골에 살고 있는 여성 산악인 남난희(47)씨. 항상 높은 산만 오르던 그가 지리산 아랫자락에서 사는 재미를 잔잔한 문체로 그린 산문집 ‘낮은 산이 낫다’를 펴냈다.

“아궁이에 불을 넣을 때면 얼마나 행복한지. 세상에 그 어떤 향수가 나무타는 냄새에 견줄 수 있을까 싶다. 여름에는 대문을 걸어 잠그기만 하면 그야말로 다른 세상이 된다. 맨발로 마당을 서성이거나 아예 마당에 퍼질러 앉아서 땅기운을 그대로 받으며 풀을 뽑기도 하고, 더우면 시원한 우물물로 몸을 식힌다. 그리고는 그냥 발가벗은 채로 마당을 서성거리며 몸을 말리기도 한다. 대문을 활짝 열어 두어도 들어올 사람이 없다.”

남씨는 1984년 76일 동안 홀로 백두대간 종주에 성공했던 여걸이다. 1986년 여성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해발 7455미터의 히말라야 강가푸르나봉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동안 산을 오르기는 했으나 산을 볼 줄 몰랐다. 산 아래에서 생활하다 보니 이제야 산이 보인다. 그동안의 산이 항상 목마른 열망 덩어리였다면, 이제야 비로소 편안한 산을 만난 것이다.”

‘낮은 산이 낫다’는 그래서 평온한 마음의 눈으로 읽은 자연과 생명에 대한 소박한 감탄으로 가득하다. 산촌 생활의 사계와 자연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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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씨는 1994년 서울 생활을 접고 지리산 청학동에서 6년 동안 살다 강원도 정선으로 옮겨 ‘정선자연학교’ 교장을 지냈다가 수해를 입는 바람에 또 이사를 해서 2002년부터 지리산 화개골에서 초등학교 4학년짜리 아들 기범이와 함께 살고 있다.

남씨는 “지리산에 있는 우리 집 주변은 밤이 되면 작물들이 잠잘 수 있도록 몇 개 안 되는 가로등마저 모두 꺼버리고, 우리 집에는 TV가 없기 때문에 어둠과 침묵 속에 빠진다”며 “집에서 초고속 통신망을 이용해 인터넷을 사용하고, 냉장고도 있지만, TV는 들여놓고 싶지 않은 물건”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낮은 산이 낫다’에서 남씨는 산 속에서 키운 아들 자랑을 감추지 않았다. 전교생 60여명인 쌍계 초등학교 4학년생인 기범이는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동시와 동화를 잘 짓는다. 산에서 뛰어다니며 나무를 잘 타는 기범이는 나무를 깎아서 솟대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한다. 개미를 잡아 수퍼 개미로 만들겠다며 고추장을 먹이거나, 모기가 사람의 피 대신 꿀을 빨아먹도록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겠다는 기발한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이제 스님이 된 아버지를 간혹 만나면 기범이는 천연덕스럽게 “스님 스님“ 하며 잘 따른다. 그 아이의 장래 희망은 스님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