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67) 전 이라크 대통령은 1일 이라크 바그다드 중심부 특별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이것은 모두 연극이다. 진짜 범죄자는 부시”라며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또 자신의 신분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나는 사담 후세인이고, 이라크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재판은 30분 만에 끝났다.
◆후세인 법정 도착
후세인은 1일 오후 2시쯤(현지시각) 헬리콥터를 통해 비공개 장소에서 바그다드 중심부 안전지대(그린존) 내 특별법정에 도착했다. 후세인은 이라크 경찰 험비 차량 4대, 앰뷸런스 1대, 무장 버스 1대와 2명의 미군 헌병 및 4명의 이라크 경찰이 동원된 삼엄한 경호 속에 법정 대기실로 이동했다고 CNN은 전했다.
호송차량에서 내려 법정으로 이동하는 동안 손에 수갑, 허리에 사슬이 채워진 상태였으나, 법정에 들어서면서 수갑 등을 풀어줬다고 CNN은 보도했다. 후세인에 이어 그와 함께 기소된 타하 라마단 전 부통령, 타리크 아지즈 전 부총리 등 측근 11명도 극도로 긴장된 표정으로 이날 법정에 출두했다.
◆후세인 법정 진술
재판정에 들어선 후세인은 재판장을 마주하는 자리에 앉았다. 재판장의 책상 위에는 녹색 표지의 코란이 놓여 있었다. 이어 재판장이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후세인은 두 차례에 걸쳐 “나는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이다”라고 답했다. 그 후 나이와 그에 대한 기소 내용 낭독이 이어지자, 후세인은 대답 대신 질문으로 재판장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법정이 무엇이냐? 그리고 당신은 누구냐? 당신은 어떤 헌법에 근거해 나를 재판하는 것이냐? 내가 통치하던 시대의 헌법이냐? 나는 이라크의 대통령이다.” 그는 줄곧 (질문이 있다는 듯) 손을 들어올리고, 제발(please)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며 따졌다. “질문 좀 하겠다. 도대체 기소 내용이 뭐냐? 내가 왜 여기 있나?” 또 재판장에게 자신을 이라크 대통령이라 표현해 달라고 요청하며, “(그렇게 하는 것이) 국민들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재판 끝부분에 자신에 대한 기소 내용을 담은 서류에 서명하길 요청하자, 자신을 기소한 사람들을 손가락으로 겨누며 서명을 거부했다. 또 쿠웨이트 침공과 반인륜범죄 등 7개에 이르는 기소 내용을 재판장이 읽어주자, “쿠웨이트는 이라크 영토이다. 그것은 침공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라크인으로서 어떻게 우리 영토인 쿠웨이트에 대해 침공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느냐”고 이라크인인 재판장에게 따져 묻기도 했다. 이어 쿠웨이트 공격을 이라크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옹호한 후세인은 답변 도중 쿠웨이트인들을 ‘개(dogs)’라고 표현했다가 재판장으로부터 적절치 못한 용어를 사용했다며 주의를 받기도 했다.
그는 재판 전반에 대해서도 “부시는 악한(惡漢)이다. 이 모든 것은 연극이다. 이것은 그(부시)의 재선을 위한 것”이라고 미국과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난했다. 또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다국적군에 대해 “연합군이 아니라 침략군”이라고 말했다고 아랍권 알 자지라 방송이 전했다.
◆재판 앞두고 긴장
재판은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다. 후세인 지지자로 구성된 반군들의 보복 공격이 우려돼, 미국과 이라크 임시정부 관계자들은 재판이 열리는 정확한 시간과 누가 재판을 주재하는지 등을 당초 공개하지 않았다. 후세인의 변호인단을 제외하고, 재판에 참가한 이라크인들에 대한 사진 촬영도 엄격히 금지했으며, 소수의 기자들만 참관이 허용됐었다. 그러나 공정한 재판진행을 위해 재판과정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던 미군과 이라크 임시정부측은 재판과정 녹화 비디오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재판이 끝난 뒤 약 30분 후에 언론에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비디오에서는 모두 이라크인들로 구성된 재판관과 다른 이라크 고소인 등의 모습은 뿌옇게 처리되거나 공개되지 않았다.
한편 후세인 변호를 맡은 이삼 가자위는 “스스로 법무장관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 ‘후세인을 변호하는 사람은 산산조각을 내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 후세인 정권 당시 투옥되거나 고문을 당했던 피해자 100여명이 바그다드 시내에서 임시정부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또 재판이 끝난 뒤 모하메드 아불하산 쿠웨이트 정보장관은 “후세인은 이라크와 쿠웨이트 국민들을 대량 학살한 전범”이라며 그에 대한 사형선고를 주장했다.
◆재판과정 국제적 논란 예고
이라크 임시정부는 후세인에게 사형 판결을 내릴 것을 검토 중이다. 부시 미 대통령도 지난해 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후세인은 고문과 살인을 일삼은 독재자로 최고형에 처해져야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었다. 후세인으로부터 직접적인 공격을 받은 이란과 쿠웨이트 관계자들도 사형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과 인권단체들은 “후세인 사형에 반대한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또 후세인 변호인단은 “특별재판소는 불법전쟁으로 탄생한 불법 정부에 의해 구성된 것으로 국제법과 제네바 협정을 모두 무시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반면, 알라위 정부측은 “후세인을 기소할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장담하고 있어 재판진행 과정 전반에 걸쳐 국제적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3월 말과 4월 초 이라크인 3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갤럽 여론조사 결과, 이라크인의 61%는 사형, 20%는 종신형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다수 수니파들은 후세인 처벌에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