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우식 신부

이번주 명설교 명법문은 지난달 27일 서울 고척동 성당에서 노우식 신부가 한 ‘끝없이 용서하자’입니다.

오늘은 한국 천주교회가 정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보면 베드로는 예수님께 이렇게 묻습니다.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잘못을 저지르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이면 되겠습니까?” 일곱이라는 수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많고 충만함을 뜻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딱 490번 용서하라는 것이 아니라 무한정으로 용서하라는 말씀과 같습니다.

불완전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동생활에서는 필연적으로 서로 용서하고 용서받아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그러나 용서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되로 받았으면 말로 되갚으려는 것이 우리의 본성입니다. 따라서 용서는 본성을 거스르는 행위이고 우리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제일 먼저 깨달아야 하는 것은 용서는 결국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받은 사람만이 줄 수 있고, 용서받은 사람만이 용서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용서는 결국 십자가 위에서까지 용서를 베푸신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입니다.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하는 날입니다. 화해와 일치는 필연적으로 용서를 요청하며, 용서는 기도 없이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기도한다는 것은 하느님 앞에 겸허하게 자신을 맡기는 행위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희망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희망할 수 있으며, 우리의 희망은 통일을 넘어서는 곳에까지 뻗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각자의 일상에서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말씀을 과장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삶에서 실천할 때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는 우리의 현실이 될 것입니다.

(노우식·고척동성당 보좌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