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막걸리’라는 이미지가 깨질까?
1905년 개교 이래 고려대 앞에는 ‘민족(民族)’ 또는 ‘막걸리’라는 수식어가 늘 붙어 있었다. 학생들 성향이 상대적으로 ‘토속적’이어서 학교 근처에 막걸리집이 유난히 많았기 때문이다. 학교 응원가 중에는 “부어라 마셔라 막걸리… 아~ 고려대학교 막걸리대학교”라는 가사의 ‘막걸리 찬가’까지 있다.
하지만 고려대는 2005년 5월 5일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막걸리 이미지 탈피’를 선언했다. 프랑스산 고급 와인 ‘라 카르도네(La Cardonne) 2000년’을 100주년 기념물로 선정한 것. 세계 최고 수준의 레드와인을 생산하는 프랑스 보르도 메독(Medoc) 지방에서 2000년에 생산된 제품으로, 고대 졸업생인 박종구 고려대 교우회장과 이상일 고려대경제인 회장 후원으로 2만병이 수입된다.
와인의 앞 라벨에는 고려대 사진과 함께 100주년 기념이라는 문구가 들어있고 뒷면에는 “고려대학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라 카르도네 2000년의 특별 상품을 제공하며 이 와인은 2005년에 완벽하게 숙성되고 고려대를 위해 독점 포장되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고려대는 세계화 시대에 맞추어 기존 ‘민족대학’ 이미지를 벗고 ‘세계대학’으로 변모하기 위해 모든 전공 과목 20% 이상을 영어로 강의하고 원어 과목을 5과목 이상 수강해야 졸업하는 ‘글로벌 KU(Korea University)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와인 수입도 프로젝트 중 하나다. 와인은 앞으로 학교 관련 행사에서 사용되고 선물로도 제공된다. 실제로 고려대 근처에는 80년대까지 즐비하던 막걸리집들이 대부분 패스트푸드점이나 스타벅스 같은 커피 전문점으로 바뀌고, ‘나그네 파전’ ‘이모집’ 등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막걸리집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