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대사관과 영사관은 서울 종로구 세종로와 신문로 등 광화문 일대에 밀집해 있다. 이 곳에는 우리나라에 주재하는 98개 상주 공관 중 80여개가 들어서 있다. 나머지의 대부분도 서울의 4대문 안에 위치해 있고, 지방인 부산과 제주에는 일본과 중국 등 영사관 4곳이 설치돼 있다.

이 때문에 자연 외교관과 그의 가족들도 서울에 주로 살고 있다. 6월 현재 외교통상부에 주한 외교단(外交團) 소속으로 등록한 각국 인사는 외교관 700여명, 행정·기능직 직원 400여명으로, 모두 1100명 정도다. 이들에게 딸려 있는 가족 1700여명까지 포함하면 2800여명이 외교사절인 셈이다.

서울에 있는 대사관들이 주로 세종로와 신문로에 집중해있는 이유에 대해 주한 미국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주업무 대상인 청와대, 외교부, 내외신 언론사, 금융권 등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외교단 모임 등 외교관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기에도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세종로의 교보빌딩 건물 내에는 호주·뉴질랜드 등 7개국 대사관이 들어서 있고,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과 유럽연합(EU) 국가와 중남미 국가의 대사관도 세종로와 그 인근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서울의 중심부는 이들 외교관의 일터일 뿐 주택은 서울시내 곳곳에 퍼져 있다. 이 중에서도 성북동·한남동은 서울의 대표적 명소인 북악산과 한강을 끼고 있어 쾌적하고, 교통과 생활여건도 편리해 각국 대사들의 관저가 몰려 있는 곳이다.

주한 외교관이라고 해서 반드시 우리나라에 거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190개 국가 중 우리나라와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가 186개국이니까 산술적으로 약 90개 나라들은 대부분 다른 나라에 상주하면서 우리 업무를 겸임한다는 얘기가 된다. 앙골라 등 국가들은 일본에 대사관을 두고 자국 외교부 장관의 방한 등 관련 업무가 있을 때마다 서울에 들러 일을 한 뒤 다시 일본으로 돌아간다.

이라크를 포함한 이들 나라는 우리 국민 가운데 자국과 상당한 교분을 가진 인사를 ‘명예영사’로 임명, 자국민이 방한할 경우 편의를 제공하는 등 영사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현재 명예영사로 등록된 이들은 90여개국에 110명 정도이며, 기업인이 많다.

분단국이라는 특성 때문에 한국에 상주하는 외교관들 중에는 ‘주한 외교관’이라는 명함 외에 ‘주북한 외교관’이라는 타이틀을 함께 가진 이들도 상당수 있다. 대부분 평양에 상주공관을 두고 있지 않은 유럽연합 회원국의 외교관들인데 벨기에, 네덜란드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1년에 2~3번 꼴로 판문점이나 중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을 방문한다.

주한 외교사절 중에는 한국어를 한국인 뺨치게 구사하는 이들도 많다. 자칭 ‘순수노력파’라며 서울에서 한국어를 열심히 배운 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외교관 초임근무를 서울과 평양을 번갈아 한 사람들이다. 리빈(李濱) 중국 대사, 알렉산드르 티모닌 러시아 공사 등은 우리나라의 지인들과 ‘진한’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한국어에 능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