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불황에 대한 기사가 자주 등장하는 가운데 몇몇 젊은 출판인들이 제게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책이 팔리지 않는 이유를 경기 침체와 독자들에게서 찾지 말고 출판인 스스로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그들의 편지를 일부 옮겨 보겠습니다.
“제가 저명한 의사 한 분을 알고 지내는데, 그 분이 얼마 전에 외국 책들을 보다보면 정말 번역하고 싶은 책들이 있는데 이걸 몇 명이나 사서 읽을까를 생각하면 그만두게 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이분의 말씀은 우리나라 예비필자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500부나 팔릴까? 이걸 어느 출판사가 맡아서 찍어줄까?’ 하는 생각을 대변하고 있다고 봅니다. 안 팔릴 것을 걱정해서 글을 쓰지 않는 필자, 돈이 안 된다고 책쓰기를 거부하는 전문가들, 500부짜리는 출판을 할 생각도 하지 않는 출판사가 존재하는 것이 우리 문화 현실이 아닐까요? 작은 집단의 문화 욕구 해결을 위해 초판 몇 백부의 책이 출간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계층의 관심이 출판됨으로써 문화다양성이 갖춰진다면 지금처럼의 민망한 탄식은 없어지리라 생각합니다.”
또 다른 출판인은 이런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저는 독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판단하고, 인식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사라진 독자가 찾아옵니다. 그들에게 좀 전해주십시오. 제발 참을 수 없이 가벼워진 독자 탓,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세상 탓, 남 탓 좀 하지 말라고요. 아직도 우리는 좋은 책을 읽으면 남들에게 이야기하고 싶고, 소장하고 싶어 합니다. 단지 원하는 ‘책’이 별로 없을 따름입니다. 독자들에게 책을 한번 읽어봐달라고 구걸할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저절로 찾아와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젊은 편집인들은 그런 세상을 꿈꾸며 오늘도 열심히 책을 만듭니다. 아직도 지금 제 곁엔 열정과 활력으로 넘치는 친구들,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저희는 어려워도 희망을 가지고 출판 시장을 이끌어가고 싶습니다.” 젊은 출판인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열정을 잃지 않는다고 하니 격려의 박수를 치고 싶지만, 애틋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들의 희망이 실현되도록 선배 출판인들이 나서서 전근대적인 출판 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출혈 경쟁을 벌이지 않는 출판 환경을 이제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박해현 Books팀장 hh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