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겐 350명의 자식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저를 반기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제 삶의 보람이죠.”

임명모(任明模·48)씨는 1996년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라이브카페를 통해 알게된 가수들과 함께 8년째 매주 한차례 거리공연을 열고 있다. 이들은 이렇게 얻어진 30만~40만원의 수익금으로 경기도 내 미인가 복지시설 8곳에 수용돼 있는 정신지체인들을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임씨가 처음 자선콘서트를 열게 된 것은 지난 96년 겨울. 손님이 없는 때라 라이브카페를 잠시 닫아둔 채, 후배 라이브가수 2명과 함께 대전과 광주를 순회하며 거리공연을 펼쳤다. “처음엔 그저 재미삼아 시작한 여행이었어요. 일주일간 거리에서 고생해서 모은돈 10만원을 좋은일에 쓰기로 하고, 안양시청을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했죠.”

임씨의 거리공연은 안양시 범계동 로데오거리와 군포시 산본동 이마트앞에서 매주 펼쳐진다. 콘서트 참가인원이 늘어나자 임씨는 98년10월 ‘좋은사람들’이라는 자선모임을 구성했다. 이들의 선행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현재는 가수와 스태프 등 40명이 함께 하고 있다.

“영하 16도의 혹한에도 거리에 나섰어요. 손이 얼어 기타줄을 튕기는 손가락은 갈라지면서 피가 흘렀지만 소아암을 앓고 있는 어린환자들을 생각하면서 3~4시간씩 콘서트를 강행했죠. 처음엔 우리를 쫓아내던 경찰들도 이제는 오히려 시민들을 설득해줄 정도가 됐어요.”

‘좋은사람들’을 조직한 뒤, 임씨와 동료들은 8가구의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들을 정해 한달에 40만원씩을 모아 지원해주기 시작한다. 2년간 꼬박꼬박 후원금을 전달했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돕고 있는 소년소녀가장들의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후원금을 전달해주던 복지재단도 은행계좌를 이용하다보니, 소년소녀가장들의 정확한 연락처를 모르고 있더군요. 그때부터 비록 미인가시설이라도 우리가 직접 방문해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후원해주기로 했죠.”

미인가시설은 정부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는 곳으로, 대개 무허가로 집을 짓고 정신지체인 등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을 돌보는 곳이다. 처음엔 정신지체인들과 친해지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낯선 외부인에겐 마음을 열지 않아요. 저도 그들과 친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죠. 제일 좋은 방법은 먹을 것을 함께 나눠먹는 겁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입에 먹을 것을 넣어주는 사람은 신뢰하거든요.”

임씨는 ‘좋은사람들’의 활동이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들이 거리에서 흘린 땀으로 얻은 작은 금액들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지금의 활동에 만족하고 있는 것.

“큰 도움은 못 되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작은 공연들을 통해 시민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시설에 있는 아이들에겐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