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된 김선일씨가 “나는 살고 싶다!”며 울부짖는 모습이 전해진 21일, 시민들은 충격과 두려움에 휩싸였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제 미국인에 이어 한국인도 테러대상이 된 것이냐”며 놀라움을 보이면서, “제발 김씨가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며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시민들은 이라크 무장세력이 한국군 철군을 내세우자, 8월 말로 확정된 자이툰 부대의 파병을 놓고 찬반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21일 정오 무렵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 김선일씨 납치 소식을 전하는 TV뉴스가 방송되자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눈길을 돌렸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나는 살고 싶다. 제발….” 김씨가 울부짖는 모습에 여기저기서 “어쩌나” “어휴”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민주노동당 소속 국회의원과 시민들이 보도 블록에 앉아 김선일씨의 석방과 이라크 파병 반대를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주부 임경애(41·경남 통영)씨는 “정말 마음이 아프다. 저 사람 어떻게 살릴 수 없겠나. 이미 파병이 결정된 것인데 그것을 지금 바꾸기는 힘들 거 같고…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임이랑(여·18)양은 “정부는 외교력을 총동원해 김씨를 구출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능력이 발휘돼야 할 중요한 순간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파병철회와 연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형선(46·회사원)씨는 “명분이 어떻든 파병을 하기로 결정됐다면 그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국가 정책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생 문혜란(여·19)씨는 “파병은 처음부터 잘못된 결정이었다. 파병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자친구가 올해 2월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됐다는 채정신(23)씨는 “혹시 이번 일이 남자친구에게도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걱정돼 오전 내내 TV만 봤다”고 말했다. 아들이 자이툰 부대원이라는 이평복(51)씨는 “걱정은 되지만 이런 테러리스트의 선동에 정부가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1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김선일씨 무사귀환 기원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김씨의 석방과 이라크 파병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날 아침부터 외교통상부와 국방부, 언론사 등 홈페이지에는 김씨의 무사귀환과 정부에 바라는 네티즌의 글이 줄을 이었다. 한 네티즌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참혹한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정부는) 제발 (김씨를) 구해주세요”라고 썼고, 또 다른 네티즌은 “제 식구가 저런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하면 정말 아찔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나길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남겼다.

아랍권 전문가들은 테러단체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한국외대 아랍어과 홍순남 교수는 “알 자지라 방송 등을 통해 ‘대한민국은 전투를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외국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과거 역사 때문에 지금 도움을 주러 가는 것’임을 계속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