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8일 기자간담회에서 행정수도 이전 관련 국민투표에 대해 밝힌 입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①작년 12월 국회에서 신행정수도 특별법이 통과됨에 따라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됐다는 것 ②그것으로 국민투표 문제는 종결됐다는 것 ③만일 국민투표 문제를 재론하려면 대통령이 아닌 국회가 주체가 돼야 한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이런 노 대통령의 입장 정리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노 대통령은 “‘당선 후 1년 내에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한 것은 사실이나 국회에서 법 통과로 “공약을 이행할 필요가 없게 됐다. 실천하려고 해도 이행할 기회가 없게 됐다”고 했는데 이 부분은 사실과 배치된다. 노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2002년 12월 19일인 만큼, ‘당선 후 1년내 국민투표 실시’라는 약속을 지키려 했다면 2003년 12월 19일까지 노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위한 시도를 했어야 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당선 후 2003년 2월 5일 국정토론회에서 “국민투표안을 얘기한 것은 여야간 충돌 때문에 국회에서 저지될 경우 마지막 수단으로 이야기한 것”이라면서 이미 국민투표를 실시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고, 실제 2003년 12월 19일까지 ‘1년 내 국민투표’라는 약속을 지키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국회에서 신행정수도특별법이 통과돼 국민투표 공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됐다고 했지만, 국회에서 법이 통과된 것은 노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공약한 시한을 이미 지나버린 2003년 12월 29일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신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국민투표 실시 문제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또 노 대통령은 국회에서 법이 통과된 두 달 후인 지난 2월 24일 방송기자 클럽과의 회견에서 “국회에서 국민합의가 갈음됐다. 그러나 여기에 큰 찬반의 논란이 있고 싸움이 있으면 이후라도 국민투표 같은 것으로 확정할 수 있다. 이미 법이 통과됐지만, 그래서(국민투표를 통해) 안정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이 통과됐느냐 아니냐 하는 절차적인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국가적 현안에 대한 안정적 기반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법이 통과된 시점이라도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으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밝힌 것이다. 이런 입장은 노 대통령이 이날 “여야 4당이 합의해 통과시킨 정책에 대해 대통령이 다시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대통령이 국회의사를 거역 내지 번복하는 것이기 때문에 3권 분립 원칙과 맞지 않는다”고 말한 것과 상반된다.

노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재론하려면 국회에서 논의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밝힌 대목은 국민투표 부의권을 대통령에게만 부여한 헌법 정신과 맞지 않는 것이다. 헌법 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는 국민투표 여부에 대한 정치적 주장은 할 수 있을 뿐이지 국민투표 실시 여부를 주도할 수 있는 권한은 주어져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