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가 붕괴 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아이티·소말리아·짐바브웨·인도네시아 등과 함께 전 세계의 ‘취약(weak)’ 또는 ‘실패한(failed)’ 국가 중 하나로 꼽히는 나라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세계개발센터(CGD)’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전 세계 수십여개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국가’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내외 위협으로부터의 보호, 보건·교육 서비스 제공 등 국가로서의 기본적 의무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어 “정부의 붕괴는 보다 광범위한 지역 분쟁을 야기하게 마련”이라면서 “정부가 취약한 경우에도 대량의 난민과 통제 불가능한 폭력, 전염병 등이 발생해 지역 안보를 위협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통제불능 폭력까지 발생
민주선거에 의해 대통령에 당선됐다가 지난해 코카인 재배 농민과 과격파 좌익 노조들의 봉기에 의해 축출당한 곤살로 데 로사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을 단적인 예로 들었다.
그의 강제 퇴진사태는 볼리비아 정부가 미국의 후원 아래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 뒤 발생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1억5000만달러의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직후 벌어졌다.
데 로사다 대통령은 미국으로 망명하기 수주 전 워싱턴에서 부시 미 대통령을 만나 “이번달 공무원 급료 지급을 위해서도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며 “지원을 얻지 못하면 머지않아 정치 망명객으로 다시 워싱턴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그의 뒤를 이은 카를로스 메사 현 대통령 정부 역시 극좌 성향의 코카인 재배 농민들과 과격 인디오그룹들의 위협으로 대단히 위태로운 지경에 처해 있다. “이런 경우는 미국이 얼마 되지 않는 자금 지원으로 한 국가의 안전 확보를 도와줄 수 있는 사례”라고 CGD의 낸시 버드솔 소장은 강조한다.
“볼리비아가 마약 국가로 전락하면 볼리비아뿐 아니라 브라질·베네수엘라 등 모든 이웃 국가들에 위협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미국에도 큰 위험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전 세계 ‘취약’하고 ‘실패’한 국가들의 붕괴를 미연에 방지하고, 미국이 엄청난 비용의 군사 개입과 골치 아픈 국가 재건사업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각료급의 ‘개발장관’직을 신설해 위기에 처한 국가들을 파악하고 원조 제공을 조율하도록 해야 한다.
위기국가 미리 파악해야
보고서는 미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소말리아·아이티 등 이미 ‘실패’한 국가들에만 집중해 볼리비아와 같은 ‘취약’ 국가들엔 관심을 소홀히 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위기에 처한 국가가 완전히 실패해 무너지기 이전에 미리 바로잡아 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취약 국가들이 더 큰 비용을 요하는 국제적 안보 위협이 되고, 그들의 대통령이 워싱턴에 망명객으로 쫓겨 오기 전에 이제는 원조의 조건들을 완화해줄 때가 됐다.
(☞영어원문=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