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에 동행한 김모(69)씨는 지난 30년 동안 ‘장준하 선생의 살해범, 중앙정보부 정보요원’이란 의혹을 받아 왔다. 그는 “선생님이 돌아가신 순간부터 나의 모든 것이 정지됐다”고 말했다.
“일행들이 산 밑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가야겠다며 계곡길을 택하시더군요. 그때 ‘못 가겠다’며 주저앉아 능선길로 돌아가자고 했어야 하는 건데.”
장 선생이 추락하는 순간을 그는 이렇게 기억했다. “계곡을 다 내려 왔을 무렵 1.5m 높이의 작은 절벽이 있었어요. 난 절벽에 붙어 있는 소나무를 잡고 뛰어 내렸는데 뒤에서 ‘휙’ 소리가 났어요. 돌아보니 뒤쪽에 계셔야 할 선생님이 보이지 않았어요.” 김씨는 “선생님이 바위에서 뛰어내리기 위해 잡은 소나무가 옆쪽으로 난 깊은 절벽 쪽으로 휘어지면서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본 사실은 무시한 채 가상실험을 통한 확률로 사실을 재구성하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1기와 2기 의문사위 조사에서도 같은 진술을 했지만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어요.” 그는 “가끔 ‘선생님이 내 발목을 잡고 돌아가셨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1967년 장준하 선생의 정치활동을 도우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는 충남 시골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서 23년 동안 윤리와 사회 과목을 가르치다 99년 정년 퇴직했다. 지금은 집앞 텃밭을 가꾸고 도회지의 병원에 다니며 소일하고 있다.
그는 “세상 사람들은 모두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믿고 있다”며 “더 이상 말하는 것도 무의미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