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국어’의 시대는 끝나가는가? 전통적인 ‘읽기’ 위주의 문어(文語) 교육에 치중한 탓에 실효성을 비판받아 왔던 대학 교양 국어가 요즘 ‘글쓰기’로 바뀌고 있다.
연세대가 지난해부터 국어과목을 ‘글쓰기’로 바꾼 것이나 고려대 역시 지난해 ‘국어독본’ ‘작문’ 과목을 만들어 1학년 학생들에게 글쓰기 기초-심화 과정을 의무적으로 수강토록 한 것이 좋은 예다. 지난 4월 영남대가 출간한 4권짜리 ‘전문적 직업세계와 맞춤형 글쓰기’ 교재는 이런 성격을 극대화한 것. 아예 이공계·사회계·예체능계·인문계 등 전공별로 특화한 ‘맞춤형 글쓰기 교재’다.
이 같은 글쓰기 교육의 확대는 그동안 대학생들의 글쓰기가 기초조차 안 되어있다는 자성에서 출발했다. 물론 이론도 있다. “형식적인 교양과목이 아니라 의사소통의 능력을 키워주는 진정한 교양”이라는 호평에 맞서 “인문학의 퇴조와 학문의 기술·기능화를 부추기는 것”이라는 비판이 엇갈린다. 숭실대 국문학과 조규익 교수는 “고전과 읽기 교육을 반복했을 뿐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했던 기존의 대학국어 교재가 새로운 교과서로 대체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며 “하지만 자칫 폭넓은 정신적 교육보다는 기업체가 좋아할 실용도구적인 측면만 남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글쓰기’ 과목을 앞다퉈 도입하다 보니 교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표절 시비까지 일어나고 있다.
‘글쓰기’ 과목에 대한 학생들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연세대의 경우 예전의 국어과목에 비해 학생들의 만족도가 1.7배로 상승했다는 통계도 있다. 작년 1학기부터 개설한 3학점 4시간의 ‘글쓰기’는 학부생 누구나 들어야 하는 필수과목. 강사 한 사람이 2시간을 강의하고 나머지 2시간은 학생들이 실습을 하는 방식으로 강의·토론·쓰기·첨삭지도를 내용에 담았다. 고려대는 1학년 1학기 때 ‘국어독본’에서 글쓰기의 기초를 익히고 2학기 ‘작문’에서 심화하는 교과과정을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숙명여대는 기존의 ‘국어’를 ‘발표와 토론’ ‘글쓰기와 읽기’의 두 과목으로 개편했으며, 아주대는 ‘국어작문’을 필수로, ‘발표와 토의’를 교양선택으로 삼아 기존의 과정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새 교재를 만들다 보니 무리도 일어나고 있다. 작년 2월 연세대의 ‘글쓰기’ 교재를 집필했던 신형기·정희모·김성수 교수 등 연세대 교수 8명은 16일 “K대에서 올해 출간한 ‘대학생을 위한 글쓰기’ 교재가 상당 부분 우리 교재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제2장 ‘주체인 나’의 경우 아예 문장을 통째로 가져가 풀어 쓴 부분이 10여 곳이나 되는데도, 각주나 참고문헌에 인용 사실을 전혀 명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형기 교수는 “대학 교재에서 표절이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학생들의 무자각적 표절을 올바로 지도해야 할 글쓰기 교재 자체가 표절을 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