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대립이 벌써부터 격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을 상대할 때보다 서로 더 심하게 싸운다. 이라크 파병, 아파트 원가 공개 등 정책에서부터 양당 논객들의 ‘살벌한’ 설전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서울에서 지지율이 민노당에도 뒤졌다. 지지층이 비슷해서 한쪽이 유리하면 한쪽이 불리해지기 때문에 갈등은 ‘숙명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총선 이후 한때 친노(親盧) 단체들은 양당을 ‘범개혁 진영’으로 부르며 ‘단결’을 희망했다. 그러나 양당 갈등은 내연하고 있었고, 마침내 지난 9일 노무현 대통령과 민노당 지도부와의 만찬을 계기로 밖으로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민노당은 이라크 파병과 아파트 원가 공개에 대한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을 요구했고, 노 대통령은 확실히 ‘노(NO)’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노동운동 리더들이 정치인을 매도할 권위가 없다”고 했다. 민노당 김종철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우리가 타고 온 버스에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라고 쓰인 문구를 보며 ‘그럼 우리는 쉬고 있나…’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민노당에서 “노 대통령의 경제인식이 잘못됐다”는 등 공격이 계속되자,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나섰다. 유 의원은 12일 인터넷에 민노당 등을 겨냥해 “대통령의 잘못된 경제 인식을 공격하는데, 참 오만한 사람들” “그 시간에 경제정책론 공부를 하라”고 했다. 유 의원은 특히 민노당 노회찬 의원을 겨냥, “경기고나 고려대 같은 명문 학교를 나와야 ‘공부한 사람’으로 쳐주는 그런 분들에겐 노 대통령이 공부 안 한 분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노 의원은 14일 “유 의원은 노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 같다”며 “유 의원의 노 대통령 감싸기를 보면 차지철씨가 생각난다”고 했다. 노 의원은 “내가 하지도 않은 학벌문제를 얘기한 것은 악질적인 언어수법”이라며 “어용은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옹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당 이재영 정책국장도 유 의원을 ‘이기붕’에 비유하면서 “이승만 대통령과 이기붕은 상생이 아닌 공멸의 길을 갔다”고 했다.

유 의원의 민노당 공격은 2002년 대선 직전, 4월 총선 직전에 “민노당 찍으면 사표된다”고 한 데 이어 세 번째이다. 유 의원은 선거 때 민노당이 변수가 된다 싶으면 여지없이 민노당을 겨냥했다. 민노당은 불쾌한 감정이 축적된 상태이다.

민노당은 일부 진보성향의 국민들이 파병철회와 아파트 원가공개 문제에 미온적인 열린우리당에서 등을 돌리자, ‘진보’의 영토(領土)를 선점하기 위해 열린우리당을 더욱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