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부터 상하이(上海)에서 살아온 O씨는 요즘 “한턱내라”는 주변의 성화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반신반의하며 지난해 초 사둔 아파트 3채가 모두 100% 가까이 오르면서 한몫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가 상하이에서 아파트를 몇 채나 사게 된 것은 다른 주재원들과 교민들 사이에 퍼진 아파트 투자 붐 때문이었다.
매달 8000위엔(약 120만원)씩이나 하는 집세를 내느니 아예 집을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지만 막상 남의 나라에서 집을 살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평소 알고 지내던 동료들이 하나둘씩 아파트를 실제로 구입했고, 또 투자이익도 쏠쏠하다는 것을 알고 맘을 바꾼 것이다.
O씨는 한국인들이 밀집해있는 구베이(古北) 지역에 새로 지은 아파트를 지난해 초 먼저 샀다. 그런데 몇 달 지나지도 않아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1㎡에 5000위엔 선에 샀는데 어느덧 8000위엔이 되더니 1년여가 지난 지금은 1만위엔까지 올랐다. 아파트값의 70%는 은행에서 융자로 얻어 충당했고 30%인 4000만원만 투자했는데 어느새 투자한 돈보다 많은 돈을 번 셈이 됐다.
용기를 얻는 O씨는 인근 롱바이(龍栢)에 있는 아파트와 신흥개발지인 푸둥(浦東) 쓰지(世紀)공원 주변의 아파트 2채를 사두었다. 모두 큰 폭으로 오른 것은 물론이다.
상하이 부동산은 ‘제2의 강남’?
상하이에는 O씨와 같은 사람들이 많다. 적어도 부동산에 있어서 상하이는 ‘제2의 강남’ 신화가 통한다. 처음에는 매달 내는 만만치 않은 집세를 아끼기 위해 집을 샀다가 나중에는 과거 강남에서 경험한 ‘불패신화’를 상기하면서 아예 몇 채씩 과감하게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집을 사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에 대해서는 규제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상하이에 직장을 갖고 거류증이 있는 사람이면 은행들이 현지인과 똑같은 조건으로 은행융자를 해준다. 연이율 5.04%로 부동산 가격의 70%(최대 80%)까지 융자해주는데 20년간 분할 상환하는 조건이라 그동안 내던 월세보다 적은 돈이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쉽게 얘기해서 1억5000만원짜리 집을 한 채 사려고 하면 자기돈 5000만원 정도만 있으면 서울에 있는 집보다 좋은 그럴 듯한 집을 살 수 있다. 은행 융자를 받은 1억원에 대해 매달 80여만원의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면 된다.
여기에 높은 월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한 채만 사서 자기가 사는 사람들은 해당되지 않지만 O씨처럼 여러 채를 산 사람들은 나머지 집들을 월세로 놓는다. 구베이 등 외국인이 선호하는 아파트는 보통 2000달러 내외를 월세로 받는다.
한국인의 부동산 투자를 상징하는 것이 롱바이에 자리잡은 진수장난(錦繡江南) 아파트 단지이다. 롱바이에 자리잡은 이 단지는 한국인이 총 800가구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초 분양 당시에 비해 집값이 1.5배나 뛰었다.
‘강남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황푸장(黃浦江) 건너 푸둥은 또 다른 기회의 땅이다. 현재 개발 중에 있지만 조만간 쾌적한 생활환경과 편리한 교통 등을 생각하면 “틀림없이 곧 뜬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푸둥에 새로 짓는 아파트들은 한국인을 주인으로 모시기 위해 한글로 홍보물을 만들기도 한다.
현지에서는 구베이를 포함한 푸시(浦西) 지역과 푸둥 지역을 합쳐서 한국인들이 구입한 아파트가 500채는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동산 투자자문을 해주는 컨설팅사가 넘쳐나고 있다. 대략 20여곳이 넘는 부동산 투자자문사들이 활동하고 있고, 부동산 소개업소도 한국인 밀집 지역에서는 즐비하다. 지난해 말부터는 한국에서 ‘원정투자단’이 줄지어 상하이를 찾는 것도 새로운 풍속도에 속한다.
또 한국인들이 온돌 등 한국식 장식을 하는 바람에 인테리어 업자들도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중국의 아파트는 인테리어를 하지 않은 상태로 분양한다. 따라서 바닥 공사부터 조명, 주방, 욕조 공사 등은 모두 입주자가 해야 한다.
인테리어 업자들도 때아닌 특수
하지만 상하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교민들은 요즘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상하이시(市) 당국이 본격적으로 아파트 투기를 억제하는 데다 국내에서는 금융감독원이 해외 부동산 투자 실태 조사에 나섰다는 뉴스가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시는 폭등세를 보이는 부동산 경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완공 전 아파트를 전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또 부동산 거래로 얻은 소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외환거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국은 외자유치를 위해 외국인의 투자는 거의 전면적으로 허용하지만 해외로 현금을 반출하는 데는 상당히 까다롭다. 결국 편법적ㆍ불법적인 송금방법이 종종 동원되는데 위험부담은 항상 남아있다.
교민들은 중국 당국보다는 한국 당국을 무서워한다. 국내 외환거래법상 내국인이 2년 이상 체류 목적으로 30만달러 이내의 주거용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에는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하는 규정이 있지만 상하이에 이를 지킨 교민들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하이 부동산 열기는 쉽게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2010년 세계박람회를 앞둔 상하이 시 당국이 외국인들이 동요할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낮은 데다 부동산을 대부분 담보로 잡고 있는 은행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시 당국의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으로 올 초 잠시 조정양상을 보였던 아파트 시세가 5월 초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한 것도 상하이 부동산 시장의 에너지를 엿보게 하고 있다. 상하이필진투자자문의 최경일(崔京一) 대표는 “상하이 부동산 시장이 단기적으로는 조정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으나 외국인 중심의 고급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 이 기사는 주간조선의 허락을 얻어 게재한 것입니다.
상하이=이우탁 연합뉴스 특파원(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