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의 이전이냐, 아니면 천도냐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그러나 정치적이고 군사적인 안보나 재정상의 문제보다는 언어·문화 및 역사적인 면에서 조금 생각해 보고 싶다.
우선 ‘서울’은 언어로 보아 참 매력있는 도시이다. 그리고 아주 예쁘고, 순수한 우리말이다. 서울은 지명으로서 고유명사인 동시에, 정부의 청사가 있는 수도(首都)란 이중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우리의 많은 명사와 개념들이 한자로 표기되는 데 반해, 서울은 한글로만 표기되는 몇 안 되는 지명이다. 이 점에서 서울은 가장 민족적이며, 고유한 우리 문화의 상징이다. 외국인들이 우리의 고유한 문화를 묻고 찾을 때, 우리의 한글과 그로써 표기되는 수도인 ‘서울’만큼 상징적인 언어와 문화를 과연 쉽게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중국인들은 우리의 발음에 맞추지 않고, 자기 식대로 ‘한양’(漢陽)이나, ‘한성’(漢城)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서울대학교에 보내는 서신이 가끔 한성대학교로 잘못 배달되는 우스운 사태가 발생한다. 그래서 얼마 전 서울시에서는 서울에 대한 중국어 표기를 공모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서울’ 발음에 중국인이 뉴욕이나 파리를 표기하듯 중국어로 맞추면 되는 것이지, 중국인을 위해 우리의 ‘서울’이란 지명을 구태여 한자로 쓸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수도를 충청도의 어딘가로 옮기려 한다. 어느 곳으로 옮기건 그곳의 이름은 모두 한자이니, 우리의 수도를 중국어로 표기하기는 쉬워질 것이다. 그러니 ‘서울’이란 순수한 우리 이름의 이 작은 문화적 자랑마저 곧 잃어버리게 될 판이다. 정말 우연히도, 한강 이북의 고구려 영토는 모두 중국의 땅이었다고 중국은 주장한다. 역사를 왜곡한 중국의 어처구니없는 주장이 나오는 미묘한 시기에, 고구려에 쫓겨 충청남도로 수도를 옮긴 백제를 생각하며 씁쓸해진다. 하필 이러한 때에 말이다.
경주가 고대 우리 역사의 꽃이라면, 근세 이래 600여년 동안 우리의 역사와 문화의 상징은 서울이다. 우리 반도의 중부에서 꿋꿋하게 민족과 역사와 문화를 지켜온 고난과 긍지의 땅이다. 이제 그 서울의 시대가 끝나고 있는 듯하다. 동북아의 허브가 논의되고, 통일 후를 자주 이야기하면서도 말이다. 우리가 바라는 통일의 시대에 기능의 잘못된 분산과 국토 발전의 불균형이라고 비판의 도마에 오를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아름답고 순수한 문화로 넘치는 역사와 운명의 땅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불러보는 이름, 아, 서울이여!
(신용철·경희대 명예교수·중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