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은평구 식품의약품안전청 앞에서 '쓰레기 만두'를 발로 밟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br> <a href=mailto:choish@chosun.com><font color=#000000>/ 최순호기자</font><

“3개월 전 아이를 낳았습니다. 사인(死因)도 모른 채 아이를 하늘나라로 보냈지요. 환경호르몬이나 식품 불완전성 문제 등으로 그럴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전 아이를 가졌을 때 냉동만두를 즐겨 먹었습니다. 임신하니 많이 먹고 싶더군요. 이제 와서 이런 사태가 발생하니 마음이 아프다 못해 뼈까지 저려옵니다. 정말 한국이 싫습니다.” 9일 저녁 한 산모가 식품의약품안전청 홈페이지에 남긴 글이다.

쓰레기 만두뿐 아니라 공업용 착색료를 넣은 고춧가루, 납 들어간 조기, 농약 범벅의 야채…. 끊이지 않는 불량 식품 사건으로 나라 전체가 멍들고 있다.

불량 식품 파동은 연루 업체뿐 아니라 선의의 이웃 업체들까지 파산으로 몰고 가고 있으며, 식품업계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감은 애국심마저 거둬들이고 있다.

10일 일본의 한 유력신문은 일본 후생노동성이 한국으로부터 만두와 만두 관련 식품 수입을 잠정 중단하는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냉동만두는 지난해 90건 864t에 이어 올해는 49건 437t에 달했지만, 향후 계획은 미지수라는 것. 이 신문은 한국의 쓰레기 만두 사건 개요를 자세히 소개했다.

식품업계는 최근 불량 만두 파문을 진화시키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사건과 무관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특별 시식행사 등 제품 안전성 알리기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지만 일단 ‘만두’만 보면 소비자들이 고개를 돌린다”고 푸념했다.

이번 파동과 유사한 15년 전 ‘쇠기름 라면’ 파동 당시, 최대 라면업체인 삼양라면사는 나중에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한때 시장점유율이 66%에서 10%까지 급락했으며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해 부도까지 겪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기린이 하한가를 기록한 것을 비롯, CJ 등 냉동식품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폭삭 주저앉았다.

더욱이 이날 만두 파문에 이어 유통기한이 지난 중국산 김치를 넣은 컵라면이 시중에 유통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알려지자, 업계 전체가 패닉 상태에 빠져들어가는 분위기다.

벌써부터 이번 사건으로 만두 제조업체는 물론 만두 전문점, 분식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업소가 부도 나거나 심각한 경영난에 몰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극심한 경기침체와 맞물려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가 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먹을거리 장난’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는 것은 시민들도 마찬가지. 청와대, 식약청, 언론사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는 “한국이 싫다” “이젠 뭘 먹고 사느냐” “정말 더러운 나라다”라는 시민들의 절규로 가득했다. 또 회사와 각 가정은 각종 식품을 의심하는 성토장이 되어버렸다.

한 주부는 최근 만둣국에서 화장실 냄새가 진동했다는 경험담과 함께 “몇 푼 더 벌려고 음식 갖고 장난치는 사람은 당장 사형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만두에 들어가는 돼지고기도 수상하다” “생선회 유통과정이 불안하다” “고깃집에서 약을 탄다더라”라는 등 밑도 끝도 없는 글들이 도처에서 나돌기 시작했다.

회사원 최모(36)씨는 “불량식품 천국인 한국은 국민에게는 지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