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우리나라를 ‘동북아경제 중심 국가’를 만들겠다는 야심에 찬 비전(vision)을 공표한 바 있다. 한국을 동북아의 금융 및 물류(物流) 허브(hub)로 만들겠다는 뜻으로 이해되는 이 구상은 그러나 먼 장래의 희망이라면 몰라도 가까운 장래에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동북아의 금융중심지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전문가들은 금융기관의 규모가 커야 하고, 금융기법의 수준이 높아야 하며, 영어의 수준이 높아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을 든다. 한국이 우세한 요건은 하나도 없다.
물류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의 위치, 경제규모, 그리고 항만·철도와 같은 물류 인프라 등의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한국은 지리적 위치를 제외한 나머지 조건은 일본이나 중국에 비하여 우수하다고 보기 어렵다.
중국의 경제규모는 구매력(PPP)으로 평가하면 GDP가 6조달러이며, 일본은 4조달러인 데 비하여, 한국 GDP는 9000억달러에 불과하고, 항만시설이나 철도가 양국에 비해 우수하다고도 볼 수 없다.
우리 민족이 동북아에서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혁명적 방안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의 간소화된 한자(漢字)인 ‘간체자(簡體字)’를 도입하여 사용하고, 일본을 설득하여 같은 조치를 취하도록 하여 동북아 통합의 주역이 되는 것이다.
간체자 한문을 도입하는 안에 대하여는 물론 여러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가령 민족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 민족이 과거 한문을 도입하였으나 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는 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일본에서는 소학교 때부터 한문을 가르치지만 오늘날 경제대국이 돼 있고, 누구도 일본을 정체성 없는 나라라고 하지 않는다.
한자는 결코 배우기 어려운 문자가 아니다. 한 일본의 언어학자가 서양 어린이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한자는 어린이가 가장 쉽게 배우는 글자라는 결론에 도달했으며, 3살 때부터 가르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3살 때부터는 아니더라도 초등학교 1학년부터 배우게 하면 늦어도 중학교 3학년까지 2000자를 배우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중국은 1960년대에 한자가 획수가 많아서 쓰기 불편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종래의 획수가 많은 번체자(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정자·正字)를 대폭적으로 간소화했다. 예를 들면 열 開(개·12획)자는 (4획)로, 관청 廳(청·25획)자는 (4획)으로, 낱개 個(개·10획)자는 (3획)로, 누에 蠶(잠·24획)자는 (10획)으로 하여 쓰기 쉽도록 개편하여 시행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문맹률을 현저히 낮추는 데 성공했으며 외국인이 중국어를 배우기 쉽게 하여 중국어의 세계적 확산에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
중국 간체자 한자의 도입은 동북아에서 한국인이 중심적 역할을 하기 위한 제1단계 조치이다. 제2단계는 일본을 설득하여 현재 사용하는 번체자를 간체자로 바꾸도록 하여 동북아의 한자를 통일하는 것이다.
한자의 통일은 한문문화권인 동북아 3국이 21세기를 주도하는 세계화로 가는 첩경이 될 것이다. 통합아시아로 가는 길의 중심적 역할을 우리 민족이 해보자는 것이다.
(유시권 동북아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