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위성 음악채널 MTV가 최근 신선한 기획을 하나 세상에 내놓았다. 12일부터 매주 토요일 방송될 ‘리얼드라마 재원열전’. ‘신선함’의 요체는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의 결합이라는 형식적 ‘파격’에 있다. ‘토이’의 객원멤버 출신인 가수 변재원의 데뷔 과정이 ‘재료’. 화려한 출연·제작진이 이를 보기좋게 가공한다. 가수 신해철·이한철, 탤런트 임호 등이 연기를 펼치고, 러브홀릭·강성훈 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이도영 감독, MBC ‘한뼘 드라마’의 극본을 썼던 작가그룹 ‘스토리밴드’가 전체 틀을 주조해낸다.
그런데 이렇게 공을 들인 프로그램의 편성 시간대가 묘하다. 밤 12시30분. 지상파로 치면 하루 중 가장 시청률이 낮은 시간대 중 하나다. 왜 이런 괜찮은 프로그램을 심야시간대에 팽개쳐 두려는 것일까? 해답은 역설적으로 “보다 많은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최근 웬만한 가정에 전부 케이블 방송이 보급되면서 지상파 방송과 대조적으로 케이블 방송이 한여름 심야시간대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시청률 조사전문기관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2003년 7·8월, 밤 12~2시 케이블방송 시청률은 각각 8.431%, 8.529%. 연중 최고 수준이다. 2003년 1월 같은 시간대 시청률은 6.96%. 5, 6월에도 7.529%, 7.658%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는 한여름 무더위 속에 잠을 설쳐 늦은 시간까지 TV를 시청하는 ‘올빼미’족이 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중 상당수는 채널별 차별성이 떨어지는 지상파보다 개성이 뚜렷한 케이블 채널을 열심히 찾아다니는 적극적인 젊은 시청자들이다. MTV 코리아 김소라 편성팀장은 “여름 개편을 하면서 주말 심야시간대에 화제가 될 만한 프로그램들을 집중 편성했다”며 “여름에는 젊은 매니아 계층의 시선을 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야시간대의 ‘성공’에 힘입은 때문인지, 하루 전체 시청률을 봐도 한여름에는 케이블 채널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2003년 7, 8월의 케이블방송 시청률은 각각 12%, 12.4%. 월별 시청률 비교에서 1, 3위에 해당되는 수치다. 반면 지상파방송의 같은 해 7, 8월 시청률은 각각 22.3%, 23.5%로 중·하위권에 속한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충성도’가 떨어지는 지상파 시청자들이 휴가철을 맞아 TV 앞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케이블 채널들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각종 매니아 지향 특집을 준비하느라 부산하다. 유료 영화채널 캐치온은 최신흥행작을 방영하는 프라임 시간대를 밤 10시에서 11시로 옮겼다. 또 7월부터 매주 월~목요일 밤 1시 인기 외화시리즈 ‘섹스&시티’ 최신 시즌을 다시 방영할 예정이다. OCN은 매주 수요일 밤 3시40분 작품성이 뛰어난 화제작을 소개하는 ‘미드나잇 시네마테크’ 블록을 운영하고 있으며, 투니버스는 호러 애니메이션 특집을 준비 중이다. 이 밖에 동성애 남성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다뤄 화제가 되고 있는 홈CGV의 외화시리즈 ‘퀴어 애즈 포크’(월·화요일 밤 12시)도 여름에 본격적인 인기몰이를 할 것으로 보이며, m.net의 ‘타임 투 록’(월요일 새벽 1시), MTV ‘고스트TV’(월~금요일 밤 12시30분) 등도 한여름 무더위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