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드라마는 일어나지 않았다. 경주마 ‘스마티 존스(Smarty Jones)’의 트리플 크라운은 무산됐고, 미국 전역에서 TV를 통해 응원하던 수백만 시청자는 허탈감에 잠시 말문을 잃었다.
6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벨몬트 경마장. 지난달 켄터키 더비와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에서 우승한 ‘스마티 존스’가 미국 3대 경마 석권(트리플 크라운)을 꿈꾸며 마지막 관문인 벨몬트 스테이크스에 모습을 드러냈다. 8전 전승을 기록한 스마티 존스의 발굽에 12만 관중의 시선이 집중됐다. 지난 78년 이후 26년 동안 나오지 않았던 ‘트리플 크라운’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았기 때문이었다. 관중들은 한목소리로 ‘스마티 존스’를 외쳤다. 2410m의 트랙을 달리는 시간은 고작 2분여. 그러나 스마티 존스의 팬들에게 2분은 2시간보다 더 길었다.
기수 스튜어트 엘리엇과 호흡을 맞춘 ‘스마티 존스’는 막판 직선 주로에서 ‘버드스톤’에게 추월당하며 안타깝게 패했다. 벨몬트 경마장은 일순 침묵에 휩싸였고, 관중들은 하나 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휠체어에 앉아 경주를 지켜보던 마주(馬主) 로이 채프먼(78)도 충격에 휩싸였다. 우승상금 60만달러(약 7억2000만원)와 한 신용카드 회사가 내걸었던 트리플 크라운 보너스 500만달러(약 60억원)도 물거품이 됐다.
‘스마티 존스’는 미국인들에게 희망이었다. 2001년 ‘일루시브 퀄러티(Elusive Quality)’와 ‘아이 윌 겟 얼롱(I’ll Get Along)’ 사이에서 태어난 ‘스마티 존스’는 최고의 스피드와 파워를 물려받아 화제가 됐던 ‘명마’. 29차례 대회에 나가 9번 우승을 차지한 ‘일루시브 퀄러티’는 교배료만 5만달러(약 6000만원)가 넘었고, ‘아이 윌 겟 얼롱’은 39전 12승을 자랑할 정도였다.
하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스마티 존스는 작년 두개골이 함몰되는 사고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후유증으로 왼쪽 눈 시력까지 잃은 스마티 존스가 꿋꿋이 일어나는 모습은 계속된 테러와 불황으로 의기소침한 미국인들에게 큰 힘이 됐다. 이날 우승이 좌절되자 외신은 레이건 전 대통령의 죽음과 함께 ‘미국이 슬픔에 빠진 날’로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