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매니아인 한공주씨는 시사회에 당첨되어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Prince & Me·18일 개봉)을 보러 갔다.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지만, 상영 직전 매니아답게 제목만 가지고 대충 내용을 혼자 예상해봤다. ‘로마의 휴일’부터 ‘프린세스 다이어리’까지, 비슷한 영화가 어디 한둘인가.
할리우드 영화지만 미국엔 왕가가 없으니 유럽 왕자와 미국 여자가 사랑을 나누겠지. 신분 격차가 클수록 재밌는 게 로맨틱 코미디니까 여자는 지극히 평범할 거고. 유머는 유럽과 미국의 문화 차이나 두 사람의 계급 차이에서 발생하겠지. 잘생긴 왕자는 바람둥이였다가 그녀를 만나고나서 순정파로 변할 거야. 그리곤 멋지게 프로포즈하고 키스로 끝나겠지.
영화 내용은 대부분 그녀의 예상대로였다. 제복을 차려입은 왕자가 그림 같은 호숫가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손을 펴자 나비가 날아가고, 이어 손바닥에 남겨진 반지를 드러내며 멋지게 프로포즈하는 장면에선 작은 탄성이 나왔다. 줄리아 스타일스는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치곤 좀 둔해보였다. 하지만 왕자 역 루크 메이블리는 초반엔 좀 느끼하더니 갈수록 멋있었다.
그런데 프로포즈에서 대충 끝날 줄 알았던 스토리가 한참 더 이어지는 게 짐작과 조금 달랐다. 영화는 갑자기 왕비 후보가 된 그녀가 겪는 심리적 갈등도 의외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었다. 그래도 마사 쿨리지가 감독한 이 영화는 예측대로 키스 장면으로 끝났다.
극장을 나서던 한공주씨는 어머니가 결혼을 반대하려고 하자 왕자가 “우리 사랑을 인정하지 않으려면 열두 살짜리 동생을 왕위에 앉히시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장면을 다시금 생각하며 20세기 최고의 러브 스토리로 흔히 이야기됐던 영국 에드워드 8세와 미국 여성인 심프슨 부인의 실화를 떠올렸다. 하지만 사랑을 위해 왕위를 버린 에드워드 8세가 결혼에 성공한 뒤 실제 삶이 그렇게 달콤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까지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지금 먹고 싶은 것은 솜사탕이라니까!
(이동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