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새로 시작한 일요 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 홈페이지에는 주인공 조정린이 직접 쓴 편지가 올라 있다. “나는 못생기고, 친구도 없다. 언니는 예뻐서 좋겠다”며 푸념하는 여학생의 메일에 대한 답장이다.
“나는 실제로도 못생겼단다. 여자들은 예쁜 애들 별로 안 좋아해. 나도 엄청 싫어했거든. 샘나구 그러니까. 내가 친구들이 많은 건 내가 못생겼기 때문이란다. 나에게선 아무런 질투나 샘도 느낄 수 없거덩^^.”
본인이 들으면 ‘울컥’하겠지만, 이 드라마의 세 주인공 ‘시루떡 시스터즈’는 연예계의 가혹한 잣대로 평가하자면, ‘얼짱’의 반의어인 ‘얼꽝’에 가깝다. 뚱뚱하고 얼굴 큰 조정린과, 찢어진 눈의 깻잎소녀 박슬기, 그리고 강력한 부산 사투리가 무기인 홍지영. 그동안 TV가 사랑했던 외모와는 건널 수 없는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그런데 이 무슨 조화일까. 조각 같은 얼굴에 황금비율 몸매를 가진 꽃미남·꽃미녀들도 출연기회를 못 잡아 헉헉대는데, 조연도 아닌 주연 캐스팅이라니.
프로그램 기획의도에는 아예 ‘추녀 삼총사’라고 적혀 있는 이 세 명의 여고 2년생은 방영 3회 만에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확보했다. ‘두근두근 클럽’이라는 이 시트콤의 팬클럽에는 벌써 500명이 훌쩍 넘는 열혈 회원들이 ‘시루떡 시스터즈’에 대한 일방적인 사랑을 선언했고, 프로그램도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로 훌쩍 솟구쳤다. 같은 반의 꽃미녀 군단 ‘럭셔리 시스터즈’보다 더 인기다.
철옹성같던 ‘외모지상주의’에 균열 조짐이 엿보이는 것일까. 그러고보면 전례도 있다. 지금 미국에 가 있는 개그우먼 박경림이다. 작은 키, 네모난 얼굴, 걸걸하다 못해 쉬기까지 한 목소리 등 ‘최악의 조건’을 뚫고 박경림은 MC와 연기자, 가수로 종횡무진했다. ‘남자 박경림’이라는 별명도 있었던 가수 싸이나, 파자마 차림으로 뱃살을 흔들며 노래하는 ‘버블 시스터즈’도 이런 맥락에서 호명(呼名)이 가능해 보인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라는 보통 사람의 꿈을 이들은 자신의 외모로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한 줄로 세워놓으면 이제는 인터넷에서 일반화된 ‘오바’라는 키워드가 떠오른다. 요즘 연예인들의 일반적 트렌드이기도 하지만, 이들에게는 한층 더 강화됐다. 현실에서는 ‘왕따’의 충분조건이지만, TV에서는 차라리 덕목이다.
자신의 무능과 결손을 떳떳하게 드러내고 심지어 확대, 과장까지 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기. 그룹 NRG의 이성진이나 ‘캔’의 배기성을 떠올려보라. 여기저기 ‘나대며’ 목소리를 높이고, 자신이 “송혜교를 닮았다”고 얼굴 치켜들기. 혐오하면서도 중독되는 게 ‘주접’이다.
사실 이들이 선택한 전략은 어쩌면 필사적이다. 차갑게 요약하자면 섹시함이나 아름다움으로는 차별성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신 이들이 고른 것은 개성 강한 솔직함이다. ‘시루떡 시스터즈’로 대표되는 ‘얼꽝 연예인’은 대다수의 젊은 여성 시청자들과 적대적일 필요도 없고, 경쟁할 필요도 없다. 가분수에 가까운 큰 얼굴에 커다란 눈의 블라이스 인형이 9등신 황금비례의 바비인형보다 더 인기인 요즘 세태가 개성 시대의 개막을 실감케 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