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연에 나선 KBS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출연진이 부산공연을 앞두고 시민들에게 사인해주고 있는 모습.

“당신이 ‘개그콘서트’의 주인입니다.”

지난달 30일 밤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부산 특집’ 도입부에서 화면 한편을 큼지막하게 메웠던 문구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CF를 패러디한 이 구호가 ‘의미심장’하게 전파를 탔다. ‘개그콘서트’는 지난달 25일, 프로 신설 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지방으로 ‘출장’을 떠나 공연을 벌였고, 이날 방송은 그날의 실황으로 꾸며졌다. 부산 사투리를 앞세운 개그맨들의 끊임없는 익살에 대중들의 호응은 서울 여의도를 능가했다.

KBS가 각종 공연·오락 프로그램을 앞세워 지방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KBS 관계자들은 “서울·수도권에 비해 문화적 혜택을 누릴 기회가 현저히 적은 지방 주민들의 소외감을 덜어주자는 취지”라고 밝히고 있다. ‘개그콘서트’ ‘열린음악회’ 같은 프로그램은 누구나 한번쯤 현장에서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는, 대중친화적 문화행사로 자리잡은 지 오래. KBS 예능국 강영원 부장은 “연초 발표한 10대 기획의 첫 번째 모토 ‘시청자가 주인입니다’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각종 프로그램의 지방 출장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이 같은 움직임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KBS가 지리적 차별을 넘어선다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의무에 충실함으로써 본격적인 명분 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속내가 어떻든 간에 바람직한 움직임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KBS 예능국에 따르면, ‘윤도현의 러브레터’ ‘뮤직뱅크’ 같은 젊은이 취향 음악프로그램도 올해 안에 3~4차례 지방에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올해 초, 이 프로그램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지방공연을 갖는다는 계획까지 세웠으나 여건이 맞지 않아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폭소클럽’은 산업현장의 근로자들을 찾아가는 형식으로 조만간 지방출장을 개시할 예정. ‘가요무대’는 이미 지난 2월부터 강원도 영월, 전남 함평 등 3차례 지방공연을 다녀왔으며, 올해 안에 6~7차례 더 지방 주민들을 만나게 된다. 작년까지는 1년에 1~2차례 지방공연을 갖는 데 그쳤었다.

‘열린음악회’는 예년에 비해 지방공연이 30~40% 늘어났다. 지난달 27일에도 부산 벡스코에서 가수 현철·인순이·이승철 등이 출연하는 무대를 꾸며, 부산 시민들을 흥분시켰다. 심지어 KBS 교향악단·국악관현악단도 지방 공연 활성화에 나섰다.

제작진들은 “지방에서 공연 프로그램을 1편 제작하는 일은 서울에서 3~4편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만큼의 공이 들어가 힘들다”고 호소한다. 우선 제작비가 문제다. ‘개그콘서트’의 경우, 서울에서는 5000만원 미만의 비용이 들어가는 데 비해, 이번 ‘부산특집’에서는 1억1000만원이 소요됐다. 또한 PD들이 ‘모셔야’ 하는 일부 연예인들의 바쁜 스케줄도 난제다.

KBS 예능국 오강선 부장은 “회사의 정책으로 정해진 것이고, 시청자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예산지원이 좀더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