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영화 하는 사람인데 당신 같은 일반인을 캐스팅하고 싶다. 관심 있으면 연락 달라.”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올드보이’와 함께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앞부분에 이런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 감독이 식사하다 말고 중국집 여직원에게 캐스팅을 제안한다. 사실 배역 선정에 목숨을 건 영화계 사람들은 물론 연예기획자들까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좋은 재목 고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길거리 캐스팅’은 그런 조급함이 빚어낸 대표적인 산물이다.

길거리 캐스팅 예찬론자들의 말에 따르면 원하는 이미지를 즉석에서 직접 보고 뽑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에 맞고 시대가 요구하는 감각적인 인재를 찾는 데 적격이라고 한다. 사실 이런 길거리 캐스팅에 의해 스타덤에 오른 많은 스타들, 예를 들면 최고의 섹스심벌 이효리부터 김민희, 이나영, 원빈, 장혁, 엄지원, 한가인 등이 그 좋은 증거다. (스타 본인들의 말을 빌리자면 거의 3분의 1 이상이 ‘길거리 출신’이다.)

그러나 그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길거리 캐스팅은 주로 강남역, 압구정 로데오거리, 홍대 앞, 명동 등 십대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이뤄지는데 끼와 자질보다 오직 외모를 기준으로 선택하다 보니 실제로 대성할 재목은 극소수고 ‘잘생긴 불량 감자들’만 양산하고 만다. (특히 가수들까지 길거리 캐스팅을 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길거리 캐스팅을 사칭하는 사기꾼들이 득실대고 있는 것 또한 사회적인 문제다. 지난달 미혼여성들을 상대로 상습 사기행각을 벌인 사기 혐의자가 쇠고랑을 찼는데 경찰에 따르면 이 피의자는 길거리에서 만난 처녀들에게 유명 매니저라며 접근해 “미스코리아로 만들어 주겠다”며 유혹해 거액의 돈을 받아 챙기고 성관계까지 가졌다고 한다. 이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 유혹이 얼마나 달콤하고 솔깃했는지 피해를 당한 여성이 10여명 넘었다는 것과 이런 유사 사건이 거의 매달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 길거리에서 캐스팅을 당한 행운아(?)들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을 유의하기 바란다. 먼저 어떤 형식이든 돈을 요구하면 의심해야 한다. 접대비, 홍보비, 프로필사진 촬영비 등을 요구하면 빈털터리 기획사거나 사기꾼들이다. 이런 돈들은 전속 계약 후 당연히 기획사에서 부담해야 한다. 둘째, 성형외과나 연기학원을 소개해줘도 의심해야 한다. 이런 곳에 소개해주고 소개비를 받는 브로커이기 쉽다. 성형수술비는 보통 계약금 대신 기획사에서 부담해야 하고 연기학원비도 마찬가지다. 셋째, PD나 감독 접대를 핑계로 술좌석에 이리저리 불러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주로 방송국이나 영화사로 데려가 소개하고 나중에 밖에서 식사하는 것까지는 괜찮다. 넷째, 웃돈을 받고 다른 기획사로 팔아 넘기는 사람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랑한다” “결혼하자” 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불순한 의도’로 접근한 늑대들이니 가장 조심해야 한다.

이런 길거리 캐스팅의 함정에 빠져 후회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MBC 아카데미연극음악원의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경고하고 있다.

“‘키워줄 테니까 돈을 달라’는 기획사나 방송 관계자를 사칭하는 사람들은 100% 사기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방송작가 백현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