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용 사회부기자

지난 주말 공적자금을 받은 기업에 대한 검찰의 6차 수사결과 발표를 듣던 기자들은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4200억원을 사기 대출하고 회사자금 207억원을 횡령해 700평이나 되는 너른 집에 실내 골프장과 노래연습장, 홈바를 갖춰놓고 편히 살던 기업주가 있는가 하면, 회사 돈으로 전처(前妻)의 위자료를 주거나 회사가 부도난 날 회사자금을 빼내 35억원짜리 집을 지은 총수도 있었다. 그 중 한 기업주는 저택 안에 법당을 만들어 극락왕생을 빌었다. 이쯤 되면 ‘기업은 죽어도 기업주는 망하지 않는다’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보여준 태도다. 이들은 한결같이 “나는 모르는 일이고 부하직원들이 알아서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성필 전 성원토건 회장은 재산은닉 사실을 줄곧 부인하다 자신을 도왔던 승려 김모씨의 진술을 들이대며 추궁하자 그제서야 마지못해 인정했다는 것이다.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도 “나는 공사 수주를 위해 주로 해외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국내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거나 “그렇게 적자가 많은 줄 몰랐다”는 식으로 버텼다. 전윤수 성원그룹 회장 역시 “세세한 경영상의 문제는 몰랐다”며 부인했다고 한다. 공적자금 비리 단속반 관계자는 “국민세금을 받아 흥청망청 써놓고 나몰라라 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전형적인 도덕불감증”이라며 혀를 찼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하직원들은 월급도 못받고 쫓겨나는데, 세상 참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망한 기업은 그렇다 쳐도, 이런 기업 살리겠다고 이들에게 돈을 퍼준 국민들은 또 뭐가 되는가. 국민들만 바보되는 이 상황을 어디 가서 하소연해야 할지 가슴이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