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조정식(41·경기 시흥을) 의원은 스스로를 ‘제정구의 자식’이라고 부른다. 연세대 운동권 출신인 조 의원은 1992년 고(故) 제정구 전 의원의 정책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 지난 99년 제 전 의원이 암으로 세상을 뜰 때까지 보좌했다.

제 전 의원이 70년대부터 빈민운동을 벌여왔던 시흥·군포 지역은 군포와 시흥 갑·을로 분화됐고, 17대 총선 때 이곳에서 당선된 김부겸·조정식·백원우 의원은 모두 제 전 의원을 ‘모셨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제 전 의원이 자식을 셋 낳은 셈”이라고 말한다.

조 의원에게 제 전 의원은 정치적 스승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제 전 의원이 암으로 입원해 있을 때 조 의원의 4세된 딸도 맞은편 병실에서 같은 병으로 입원해 있었다. 그는 그해 ‘스승’과 어린 딸을 함께 잃었고, 이 일은 “육신의 절반과 영혼의 절반이 잘려나가는 고통”을 그에게 안겼다고 한다.

그런 인연 때문인지 조 의원은 제 전 의원이 추구했던 ‘지역주의 타파, 상생과 화합의 정치, 한반도 평화’를 고스란히 자신의 정치 철학으로 삼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파를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으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 97년 대선 직전 제 전 의원이 한나라당을 선택했을 때 함께 따라갔다. 제 전 의원이 작고한 이후에는 이부영 전 의원을 보좌하다 작년 말 열린우리당 창당 때 이 전 의원과 함께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그는 “국가적인 현안에 대해선 한나라당과 협의해 나갈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제 전 의원이 씨를 뿌렸던 상생의 정치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