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다큐가 아니잖아요. TV를 보면서 고민하기보다는, 단 한 시간이라도 카드값 걱정 안 하고 행복한 상상을 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물론 단지 구태의연한 반복이 아니라 얼마나 완벽한 모습을 보여드리는가 여부가 관건이겠죠.”
‘보고 있으면 유쾌해지는 여자’ 김정은의 이 대답이, 6월 5일 시작하는 SBS의 새 주말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내용을 간결하게 요약한다. ‘파리의 연인’은 이름 그대로 로맨틱 멜로다. 재벌 2세와 가난한 고아 유학생이 파리에서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나눈다는 이야기다.
‘천편일률’ ‘구태의연’이라는 투덜거림이 당연히 나올 만하다. 하지만 제작진은 “드라마는 팬터지다”라는 정공법으로 그 불만에 정면 대응하고 있다. 거기에 TV에선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박신양·김정은이라는 두 스타가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이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신우철 PD는 “솔직히 많이 나와서 식상한 소재이지만 여전히 가장 먹히는 소재”라면서, “이번 ‘파리의 연인’을 신데렐라 드라마의 결정판으로 만들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제목이 보여주듯 이번 드라마의 주요 무대는 프랑스 파리다. 아버지를 도와 서울 변두리의 작고 낡은 영화관을 경영하던 영화학도 태영(김정은)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파리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물론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집세도 못 낼 빠듯한 형편이다. 반면 기주(박신양)는 태어나면서부터 수백억원의 재산을 가진, 재벌의 아들이다.
박신양과 김정은이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게 이번 드라마의 전략이기도 하다. 가령 김정은이 연기할 캐릭터에는 “‘사랑밖에 난 몰라’가 삶의 목표지만 사랑에 대해 통 뭘 모르는 여자” “지갑에 10만원만 들어 있어도 세상 사람이 다 도둑놈으로 보이는 여자” “멜로영화를 보러 갈 땐 반드시 손수건을 준비하는 여자” 등의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이 귀여운 여배우는 “이 드라마 기획이 알려졌던 1년 전부터 ‘태영이 역할은 내가 하고 말 거야’라고 생각해 왔다”면서 “박신양씨도 이번 드라마 촬영 때 처음 만난 사이지만 서로 호흡이 잘 맞는다”고 했다.
옆에 있던 박신양은 “김정은씨는 정말 애드리브가 뛰어난 배우”라면서 “나도 기주의 일하는 모습, 사랑하는 모습을 진지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도 제2외국어가 불어였고 러시아에서 영화공부 할 때도 불어가 제2외국어였는데 그때 공부 제대로 안 한 벌을 이제 받는 것 같다”면서 익살을 부렸다.
또 이 드라마의 특징 중 하나는 공동 극본이라는 점이다. 김은숙·강은정 두 젊은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최민수·최명길이 주연해 인기를 끌었던 SBS 드라마 ‘태양의 남쪽’을 써서 자신들의 이름을 알린 이들은 영화를 공부한 같은 학교 같은 과 동창생. 한 사람이 보조를 맡는 형태의 다른 공동창작과 달리, 이들은 대본의 절반을 뚝 잘라 각자 쓴다고 했다. 대신 집필 전에 함께 모여 전반적인 구성을 짠 뒤 오랫동안 ‘수다’를 떨어 분위기를 공유하고, 각자 나눠 절반씩 쓰고 난 뒤 서로 돌려 읽고 톤을 맞춘다. 작가 김은숙씨는 “신데렐라의 꿈을 이룬 뒤에 펼쳐지는 스토리를 기대해 달라”며 눈에 힘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