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붕어가 논속으로 들어갔다.
뭔가 남들과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쌀을 생산해 보고픈 농민들의 몸부림에 따른 것이다.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풍산리. 화천대교를 지나 평화의 댐 방향으로 8㎞거리에 있는 이 마을 주민 50여명은 최근 마을 어귀 400여평 논에 참붕어 2000여마리를 풀었다.
농약과 비료에는 단 하루도 견디지 못하는 참붕어들이 편안하게 산다는 것을 증거로 삼아 농약 한 봉지, 비료 한 푸대 주지않고 수확되는 청정쌀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참붕어가 과연 논 속에서 살 수 있을까?
‘참붕어 농법’을 고안해 낸 화천읍의 윤종우 산업담당은 “마을에서 1.5㎞ 가량 떨어진 연못에서 토종 참붕어가 흙탕물을 뒤집어 쓰고 작은 벌레를 잡아먹는 것에 주목, 이 농법을 개발했다”며 “성공여부는 올 가을에 밝혀지겠지만, 작황이 다소 떨어질 뿐, 품질은 최상등급이 될 것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윤담당은 “일본에서는 금붕어농법도 성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농법은 이 마을 주민들에게도 처음에는 반발을 샀다. ‘오리농법’ ‘우렁농법’이 모두 그렇듯이 이 농법도 작황이 떨어질 게 뻔히 보여서였다. 길영배(49)씨는 “기계이앙을 하면 벼와 벼 사이의 간격을 보통 30㎝ 유지하는 데 비해, 이 농법은 참붕어들의 노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35㎝로 벌려 수확은 대략 20~30% 이상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농법은 김현철(41)씨가 아니면 실현되기 않았을 것이다. 김씨는 모두들 새로운 농법에 대해 반신반의할 때 선뜻 “그러면 일단 내 논에서 시험재배를 해보자”고 자원하고 나서 이웃 농가 3가구를 설득해 일손을 모았다.
김씨의 논은 ‘참붕어 농법’을 시험해 보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논 왼쪽으로 1년 내내 바닥이 드러나지 않는 수로가 있고 논 오른쪽 한 귀퉁이에도 샘이 솟아나 논물이 계속 돈다.
참붕어에게 벼멸구를 먹이는 실험도 해 본 김씨는 “참붕어가 논에서 먹이감을 구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다”면서 “가뭄으로 샘이 끊기지 않으면 벼들이 저절로 클 것 같다”고 말했다.
힘들었던 것은 참붕어를 잡는 일. 연못에서 라면박스 크기의 통발로 7~12㎝가량의 참붕어 성어 2000여마리를 잡는 데 꼬박 사흘밤을 지샜다고 한다.
이 마을 이장인 주재근(41)씨는 “이제는 보통 벼로는 활로가 보이지 않는 세상이 됐다”며 “논농사는 모두들 기피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밭에 오이나 호박을 심을 경우, 평당 1만원의 수입을 올리지만, 논에서 평당 3000원 건지기도 빠듯하다고 박동완(51)씨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