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단행된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강금실 법무장관이 예고했던 ‘깜짝놀랄 인사’는 없었다.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중수부장 등 핵심 요직은 예측과 어긋나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안정감있고 무난하다는 평이다. 강 장관과 송 총장은 이번 인사를 앞두고 3차례 만나고 수차례 전화통화를 통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장관께서 검찰 조직을 잘 파악하고 계신 것 같다”고 말했다.
우선 이번 인사에서는 강 장관과 호흡을 맞췄던 법무부 인사들이 전진배치됐다. 이종백(사시 17회) 검찰국장이 핵심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됐고, 박상길(19회) 기획관리실장이 대검 중수부장으로 영전했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진두 지휘했던 안대희 중수부장에 비해 유연하다는 평을 듣는 두 사람이 전면에 나섬에 따라 검찰의 사정작업은 강도와 속도가 조절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노무현 대통령과 동기인 사시 17회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검찰에 남아 있는 6명 중 안대희 중수부장이 부산고검장으로 승진함으로써, 대구 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상명 법무차관과 함께 2명의 고검장이 나왔다. 이종백 검찰국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된 것은 물론 이기배 법무부 법무실장, 유성수 대검 감찰부장, 임승관 창원지검장이 주요 일선지검에 배치됐다.
정상명·이종백 검사장은 노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생 친목모임인 ‘8인회’의 멤버이기도 하다. 내년 3월로 임기가 끝나는 검찰총장의 후보군에 17회가 진입했다는 분석도 있다.
관심을 모았던 불법 대선자금 수사 지휘부의 거취는 새로운 사정임무를 맡기는 것보다 그동안의 노고를 배려하는 수준에서 결정됐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장 내정설이 나돌았던 안 중수부장은 물론, 문효남 수사기획관도 일선 수사와는 무관한 곳(대구고검 차장·검사장급)으로 옮겼다.
작년 3월부터 시행된 다면평가 등 새로운 인사평가 제도의 결과로 검사장 승진자 6명 가운데 4명이 ‘승진 1순위’였던 서울지검 차장이나 수도권 지청장이 아닌 곳에서 기용된 점도 눈에 띈다. 대전고검 차장으로 승진한 권태호(19회) 수원지검 안산지청장의 경우, 지방대 출신으로 검사장이 된 역대 네 번째 인사가 됐다. 지난 1982년 김경회 검사장에 이어 22년 만의 일이다.
검사장급에 갓 입성한 사시 19~21회가 법무부와 대검의 기획부서에 배치되고, ‘원로급’인 15~16회 중 고검장급으로 승진하지 못한 황선태, 채수철, 박종렬, 윤종남 검사장에게 재경지검장을 맡긴 것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또한 대검 공안부장에 발탁된 강충식 전주지검장(19회)을 뺀 7명의 호남출신 검사장들이 ‘빅4’ 혹은 ‘빅6’으로 불리는 핵심요직에 앉지 못한 것도 시대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박상옥(20회) 고양지청장, 송두율씨 사법처리를 주도한 박만(21회) 서울지검 1차장, 굿모닝시티 사건을 지휘한 신상규(21회) 서울지검 3차장은 이번에 승진하지 못했으나, 27일 사표를 제출한 곽영철(15회) 대검 마약부장을 포함, 추가로 사임하는 검사장이 있을 경우 구제될 것이라는 예상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