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기구인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고위공직자 비리 조사처’(공비처)를 설치하는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싱가포르와 홍콩의 반부패 조사기구를 참고해 ▲부패방지정책의 기획·평가 기능과 ▲사정기관간 조정·연계 기능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공비처 설치 문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이남주 부패방지위원장으로 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공비처의 조사 범위와 권한, 검찰의 특별수사 기능과의 관계 부분. 당초 공비처 문제는 검찰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에서 출발했다. 12·12와 5·18 사건처럼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불기소한 사건을 기소로 뒤집는 등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사건을 ‘요리’한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옷 로비와 대북송금 등 최근 5차례의 특별검사 출현도 검찰의 불신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때문에 2년 전 노무현·이회창 후보 모두 공비처 설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런 관점에서 공비처 설치는 검찰 불신 해소, 수사 주체 다양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참여연대는 더 나아가 “애초 취지에 맞게 공비처에 수사권과 함께 기소권도 줘야 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하지만 검찰은 당혹감 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 수뇌부는 총장 산하에 중수부 기능이 유지되고 공비처에 기소권이 없는 한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공식 반응을 자제했고, 안대희 중수부장은 “검찰의 역할과 중첩되는 부분이 많아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일선 검사들은 부정적이다. “검찰의 수사권과 위상 약화가 우려된다”(대검 간부) “공비처는 대통령 직속기구에 속해 지금의 검찰보다 오히려 수사의 독립성을 더 의심받을 것”(서울지검 간부)이란 반응이다.

재야 법조계도 의견이 분분하다. 대통령 측근비리 사건의 양승천 특검보는 “공비처 신설은 대국민 홍보용이자 ‘옥상옥’의 측면이 있다”고 했고, 임동언 변호사는 “검찰이 잘 하지 못할 경우에는 공비처 활동이 검찰에 경각심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