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인하대 법대 교수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 3명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 간의 오랜 논쟁이 수면 위로 전면 부상(浮上)하게 되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그동안 병역거부자에 대해 적용해 온 처벌 조항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정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를 예외로 인정하고 있고, 종교적 신념에 기초하여 수십년 동안 행해 온 병역거부자들의 신념은 헌법에 규정된 양심의 자유에 근거한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그동안 많은 논란이 되었던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단순 병역기피자 간에 구별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전자(前者)에 대한 사법적인 구제를 시도함으로써 현 사안에 대해 매우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또한 이번 판결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위헌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는 헌법재판소에도 여러모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즉, 이 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인 처벌만 강요하기 때문에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위헌제청 이유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가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떠한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차후 진행될 상급심 및 헌법재판소에서의 재판 결과는 차치하고, 이번 판결은 국가의 안보라는 시대적 사명하에 지난 60여년간 개인의 양심과 신념에 따라 행동한 자들을 범법자화(化)했던 이 사회의 타성에 전환적 사고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판결에 대해 국가안보의 위협,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 합법적인 병역기피 수단의 제공 등과 같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러나 판결문에서 직접 언급된 바와 같이, 전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규모가 국가방위력에 미치는 정도가 당장 오늘 내일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정도도 아니다.

또 재판부 스스로 독일의 대체복무법에 규정된 양심적 병역거부자 판별 기준을 원용해 옥석의 선별 기준을 나름대로 제시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예외’ ‘소수’ ‘타자(他者)’라는 대상을 결코 포용할 수 없는,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포용하기 싫어하는 이 사회의 경직성이나 획일성의 극복이 문제의 본질임을 강하게 느끼게 한다.

법리적 논쟁을 떠나, 한국 사회에서 군 복무 제도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파장 내지 파괴력은 논의의 여지가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 사회가 진정으로 건강하고 유연한 사회라면, 대체복무제도의 조속한 도입 및 적용으로 그에게 정당하게 병역의 의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사회적 장치를 마련해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병역거부자가 인격적인 양심적 결정 과정과 병역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특별한 사정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거부 결정 전후 이와 관련된 사회활동 여부를 통하여 그가 그의 진정한 양심상의 결정에 따라 그에게 부과된 헌법상의 병역의무를 거부할 수밖에 없음을 입증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에 국가안보의 개념도 예외일 수는 없다. 진정으로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이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함으로써 사회적 합일을 이끌어 내는 것이 또 다른 측면에서 국가안보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본다.

이번 판결로 양심적 병역거부의 정당성을 논의하는 원론적인 수준의 담론을 한 차원 끌어올려, 병역거부자에 대한 판단 기준의 실효성과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본격적으로 촉발될 것을 기대해 본다.

(이석우 인하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