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빠진 홈런 전쟁이지만 여전히 포연이 자욱하다. 열띤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선수는 국내파의 자존심을 외치고 있는 SK 박경완과 타이런 우즈 이후 첫 외국인 홈런왕을 노리는 현대 브룸바. 누가 홈런 레이스 최후의 승자가 될지 섣부른 판단은 금물. 두 선수의 자존심 대결은 지금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4월 사나이 VS 5월 사나이

박경완은 개막전부터 4경기 내리 아치를 그리는 등 16일까지 12경기에서 무려 10개를 쏘아올렸다. 20일엔 11호포로 2002년 한화 송지만이 세운 4월 최다홈런기록을 깨뜨렸다. 당시 박경완은 홈런·타격·타점·득점 등 6개 부분에서 수위를 내달렸다. 하지만 23일 12호 홈런을 때린 뒤 집중된 관심이 부담스러웠던지 목에 담이 걸렸다. 이후 기록은 하향세를 그렸다. 12호 아치 이후 5월 14일까지 3주간 홈런 3개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브룸바는 박경완이 7개의 아치를 그린 이후인 4월 13일 롯데전에서 2개의 대포를 터뜨리면서 레이스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이후 16일 대전 한화전, 22일 수원 삼성전에서 2개씩 아치를 그리는 등 4월이 끝날 때까지 박경완을 3개차(10―13)로 추격했다. 5월 13일 기아와의 더블헤더에서 각각 1개의 홈런을 때리며 공동선두. 이후 다시 홈런포를 가동한 박경완과 2차례씩 공동선두와 역전공방을 펼친 끝에 22일 LG전에서 올 시즌 4번째 한 경기 2홈런을 기록하며 다시 한 걸음 앞서 나갔다. 그가 5월 기록한 홈런은 9개. 아직도 6월 전까지 6경기가 남아 있다.

홈런포, 이유 있다

공공연히 홈런왕이 올해 목표라고 밝히고 있는 브룸바의 최고 장점은 승부욕과 뛰어난 적응력이다. 상대투수의 실투를 그냥 지나쳐 보냈을 때 방망이를 집어던지며 화를 낸다. 반면 자신의 단점을 알면 고치려고 쉴새없이 노력한다. 자신의 타격스타일을 고집하는 다른 외국타자와는 달리 한국코치들의 지적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올해는 팀 동료인 심정수의 타법이나 훈련모습을 벤치마킹한 게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박경완의 장타는 예견된 것이었다. 오랜만에 부상 공포 없이 지난 겨울 훈련스케줄을 다 소화했다. 스프링캠프 후엔 자비를 들여 웨이트훈련으로 하체를 다졌다. 그 결과 타구엔 힘이 실렸다. 그의 타격에서 나타난 가장 큰 기술적 변화는 힘에만 의존해 스윙궤적이 컸던 과거와는 달리 간결해졌다는 것. 볼을 오래 보게 되고, 몸에 붙여놓고 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웨이트 결과 몸 회전도 빨라졌다. 문제는 체력. 포지션이 체력과 정신적 부담이 큰 포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