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열렸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93분’은 시종 김 위원장의 주도하에 움직였던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23일 분석했다.
이날 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회담 시작 후 1시간 30분이 가까워지자, “이제 그만 끝냅시다”라며 자리를 일어서려 했다. 이미 일본 측으로부터 식량지원 등 ‘선물 보따리’를 챙긴 뒤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당황해 “잠시 기다려 달라”며 납치 피해자 소가 히토미씨의 남편으로, 일본행을 거부한 찰스 젠킨스(주한미군 탈영병)씨 문제를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그럼 직접 만나보라”고 즉석에서 제안했고, 고이즈미 총리는 이를 받아들였다. 젠킨스씨는 회담장 밖 별실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일본 언론에 난 미국 관계자의 “사법처리할 것”이라는 반응을 사전에 젠킨스씨에게 보여줬고, 고이즈미 총리는 이를 뒤집지 못해 결국 일본행 설득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납치피해 의심자 10명에 대한 재조사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이미 끝난 얘기고 추가 생존자는 없다”며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려고 했다가 고이즈미 총리가 “그럴 리가 없다. 나도 그들이 살아 있다고 믿고 있다”고 계속 주장하자 김 위원장은 “그럼 백지로 돌리고 다시 조사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상회담은 2시간으로 합의했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일찍 종료된 것에 대해 당시 배석했던 일본 관방 부장관은 “상대방이 주도권을 가졌다”고 토로했다.
(도쿄=최흡특파원 po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