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총리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주에 3개 부처 장관을 바꾸기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제청권을 행사해야 할 고건 총리는 23일 현재까지 아무 말이 없다. 노 대통령은 고 총리가 제청을 하게 되면 예정대로 개각을 할 수 있게 되지만, 이를 거부하면 개각을 다음달 말로 연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정 운영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게 되는 것이다.

현재 고 총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본인이 직접 이야기한 것은 없다. 그러나 고 총리가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들이 청와대와 총리실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상황이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청와대 김우식 비서실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고 총리와 최근 두 차례 만나 협의했으나 고 총리가 “물러날 총리가 제청하는 것이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고만 하더라고 말했다. 고 총리가 완곡한 거부의 뜻을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실장은 24일 다시 한번 만나 “‘도와주십시오’라고 해야죠”라고 했다.

그렇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고 총리가 결국은 받아주시지 않겠느냐”고 기대하고 있다.

반면 고 총리 주변 인사들은 23일 현재까지는 고 총리가 거부할 가능성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총리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 중”이라면서도 “총리가 강경한 분위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김우식 실장이 두 번이나 요청했는데도 그렇다면 물 건너간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최종 선택은 알 수 없다”면서도 “그동안 좀 부정적이었다”고 했다.

고 총리는 지난 21일 한 모임에서도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참석자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이 자리 참석자 다수는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하자 고 총리는 그저 “알았다”고만 말했다 한다.

결론은 24~25일 중 내려질 것 같다. 25일 국무회의까지는 결론이 나야 한다는 것이 청와대측 생각이다. 17대 국회 임기가 29일 시작되고 고 총리 사표수리가 그 이전에 이뤄질 것인 만큼 26~27일에는 개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당초 5개 부처 안팎으로 계획했던 개각 폭을 3개로 줄이기로 한 것도 고 총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들도 시간이 많지 않다면서 24일 고 총리와 김우식 실장 간 면담 직후에는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