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7년 서울대 재학 당시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 경찰 고문으로 숨진 고(故) 박종철씨를 기리는 기념조형물과 ‘박종철 쉼터’ 제막식이 18일 오전 박씨의 모교인 부산 중구 보수동 혜광고등학교 교정에서 열렸다.
혜광고 총동창회(회장 조영협) 주관으로 열린 이날 제막식에는 박씨의 아버지 박정기(75)씨와 동문, 재학생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가로·세로·높이 각각 60㎝×60㎝×190㎝에 화강석으로 만들어진 펜 모양의 기념조형물에는 ‘당신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 나는 아직도 눈을 감지 않았습니다’라는 시인 이산하씨의 비문이 새겨졌다.
아버지 박정기씨는 “동문, 친구들이 종철이의 죽음을 기억해 줘 고맙다”며 “기념비가 세워진 만큼 아들의 모교에서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념 조형물 왼쪽에는 재학생들을 위해 ‘박종철 쉼터’라고 명명된 야외 휴게소가 마련됐다.
동창회측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군사독재 정권을 퇴장시키는 역사적 시발점이 된 일이었는데 17년이 지나도 박종철씨를 추모하는 기념물 하나 제대로 없는 게 안타까워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박씨의 동기인 혜광고 28회 졸업생들이 지난해 졸업 20주년 행사를 가지면서 제안해 동문들이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마련했다고 동창회측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