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마이클 무어 감독이야말로 올 칸영화제의 진정한 ‘스타’다. 부시 미국 대통령 일가가 오사마 빈 라덴 일가와 오랜 세월 유착관계를 맺었고, 그런 은밀한 관계가 부시 행정부의 대외 정책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독설과 조롱을 섞어가며 역설한 다큐멘터리 ‘화씨 911(Fahrenheit 911)’로 칸 경쟁 부문에 초대된 그는, 가는 곳마다 촬영과 사인 공세에 시달렸다.
17일 오후 뤼미에르 극장에서 있은 상영은 관객들의 열광적 반응으로 시종 뜨거웠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부터 쏟아진 기립박수는 10분이 넘도록 이어졌다. 올 칸영화제 들어 가장 강력한 반응이었다. ‘화씨 911’은 미군 병사들이 전쟁에 대한 환멸을 토로하는 모습을 이라크에서 직접 찍어낸 것을 비롯, 충격적 장면들을 넘치는 에너지 속에 담아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칸에서 그대로 빅 뉴스가 됐다. 행사장 주위에서 며칠째 계속되고 있는 프랑스 엔터테인먼트업계 비정규 노동자들의 시위 현장을 지날 때 그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격려한 장면은 그대로 올 칸영화제에서 가장 인상적인 사진으로 남았다. 17일 그의 공식 일정은 오전 5시부터 시작됐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장에는 입장하지 못한 기자들이 더 많았다. 1시간 동안 이어진 기자회견은 흡사 국제 정세에 대한 무어의 해석을 듣는 자리 같았다. 그는 부시 미국 대통령의 오만한 말투와 블레어 영국 총리의 비굴한 표정을 그대로 흉내내는 등 다양한 제스처와 성대모사를 동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 영화 제작사인 미라맥스의 모회사 디즈니가 얼마 전 ‘화씨 911’의 배급 포기를 선언해 논란을 빚었던 일에 대해 무어는 “미라맥스 이전에 이 작품에 돈을 댔던 멜 깁슨의 영화사 ‘아이콘’도 백악관의 압력을 받고 중도에 계약을 철회했다”고 새롭게 폭로했다. “멜 깁슨은 아마도 이랬겠지요. ‘괜히 이 영화에 간여해서 골치만 아프고… 에라, 예수 영화(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나 만들어야겠다”고요.
부시 대통령에 대해 “이제껏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온 정치인 중 가장 멍청한 남자”라고 말한 그는 “11월 2일에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