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아버지 손 잡고 아폴로호가 달에 착륙하는 장면을 흑백 TV로 지켜보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 올해 초 미국이 쏘아올린 로봇 ‘스피릿’이 화성에 안착했다. 한 세대가 지났건만 나는 아들과 함께 그저 부러운 마음으로 지켜보아야만 했다.
문득, 우리 청소년들은 스피릿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졌다. 그렇다! 비록 우주로 로봇을 보내진 못하지만 꿈이라도 심어줄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가 만든 로봇을 우주로!” ‘스페이스 로봇 챌린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스페이스 로봇 챌린지는 전국의 초·중·고생 3000여명이 500여대의 우주 로봇을 만들어 지름이 18m인 화성 모형을 탐사하는 행사였다. 지난 4월 17일부터 양일간 올림픽공원에서 과학문화재단 주최로 열린 ‘가족과학 축제’의 주요 행사로 성황리에 마쳤다.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 발표에 의하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15위를 차지했는데, 대학경쟁력은 59위로 거의 꼴찌였다. 우리 대학이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구태의연한 입시제도에 있다.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밤늦게까지 끌려다니며 기가 빠지고 혼이 나간 상태에서 소위 일류대학에 진학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충만한 에너지와 드높은 이상, 도전정신과 패기, 창의력과 상상력이 없이는 결코 경쟁력을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에서는 한때 TV 만화영화 ‘아톰’ 열풍으로 많은 어린이들이 과학자를 꿈꾸었고 실제 과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로보트 태권V’에 열광하던 아이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최근 과학문화재단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들은 직업별 사회 기여도가 가장 높다고 생각하는 직군으로 과학기술자들을 꼽았다. 하지만 취업의 어려움, 열악한 사회적 처우 등을 이유로 이공계를 기피한다고 응답했고, 초·중·고 과학교육에 대해서는 67.4%가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이공계 기피 현상을 극복하고 대학경쟁력을 키우는 첫 단추는, 꿈나무들에게 과학은 만화처럼 재미있고 마술처럼 신기한 것이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과학은 미래사회를 먼저 볼 수 있고 앞당길 수도 있는 마법 램프 같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 로봇은 어린이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효과적인 과학교육 아이템이다. 로봇 교육은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래밍 능력, 창의력과 응용력, 문제 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차세대 신(新)성장동력으로 선정되어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지능로봇 산업을 이끌어 갈 로봇과학 영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과제와도 직결되어 있다.
KAIST는 13일 지능로봇연구센터를 개소했다. 이 센터에서는 청소년 로봇 교육을 위하여 교사 연수와 커리큘럼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2004 FIRA 로봇월드컵 코리아’와 ‘국제로봇올림피아드’를 통해 사이언스 코리아를 세계에 알릴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은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경쟁하고 우정을 다지면서 시야를 세계로 넓히고 꿈을 키울 것이다. 이들이 바로 우리의 ‘국가경쟁력’이자 ‘교육경쟁력’이 될 것이다.
이들 중에서 명왕성에 로봇을 보낼 인재가 나오길 바란다. 그 꿈을 이루려면 우리 사회에 로봇을 이해하고 아끼는 로봇 문화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마침 최근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한 가구 한 로봇 갖기 운동’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김종환 KAIST 교수·지능로봇 연구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