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15)=가령 프로 야구에서 특정 2개 팀이 맞대결만 하면 홈 팀이 이기는 징크
스가 있다고 치자. 이 경우 심리적으로 원정 팀이 홈 팀보다 더 위축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절대 져서는 안된다는 강박감은 홈 팀이 훨씬 더 하기 때문이다. 무려 13국에 걸친'흑번 필승'흐름 속에 흑으로 고전에 빠진 목진석의 이 무렵 심정을 누가 알겠는가.

그 초조함이 91에서 표출된다. 부분적으론 공격의 급소. 99까지 좌상귀 백은 패에 걸리며, 이는 초반 이후 백의‘아킬레스 건’이었다. 하지만 이창호는 91을 흑의 패착으로 지목하며 참고도를 제시했다. “흑 1로 지키는 게 A의 건넘을 보는 선수였다. 백은 B의 끼움을 피해 2가 정착이다. 흑 C의 권리를 남긴 채 3으로 정비한 뒤 서서히 좌상귀 패를 노렸으면 백이 난처했다.”

적의 곤궁함을 곧바로 응징하는 것은 하책이란 게 병법에도 나온다. 어쨌든 패는 시작됐는데 백의 팻감이 의외로 많다. 기왕 시작한 패이니 흑은 꼭 이겨야만 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피를 흘린다. 103만 해도 참고도에 비해 손해. 목진석의 땀 한 방울이 반상에 뚝하고 떨어졌다. (102 108 114…96, 105 11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