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나누어지면서 이산가족이 되어 생이별했던 고려인 사촌 형제 학자가 8년 만에 고국의 학술대회에서 극적으로 상봉한다.

사촌형제 사이지만 소련연방 해체 이후 서신 왕래조차 힘들었던 우즈베키스탄 탱크사관학교의 우가이 철식(78·역사학) 교수와 러시아학술원 시베리아 지부 김 표트르(72·물리학) 교수는 13일 한국외국어대학 역사문화연구소가 주최하는 ‘전쟁과 해외 한인(韓人)’ 학술발표회에서 만난다. 우가이 교수는 주제발표자로 나서 ‘1943~45년 고려인의 강제 이주’에 관해 발표하며, 김 교수는 지정 토론자의 자격으로 참석한다.

이들 형제는 연해주 지역 한의사이던 할아버지 밑에서 어린시절을 함께 보냈다고 한다. 1937년 한인들이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후에도 형제는 줄곧 함께 생활해 왔으나 사촌 형인 우가이씨가 1943년 소련군으로 징집되고 김씨가 아버지를 따라 러시아로 이주하면서 생이별을 겪게 됐다.

세계 2차대전 기간 동안 형제는 갖은 고초를 겪었다. 형 우가이씨는 전쟁터에서 다쳤고, 김씨의 아버지는 고려인이라는 이유로 감옥에 끌려가 죽음을 맞았다. 살아남은 형제는 전쟁이 끝나고 난 후 약속이나 한 듯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에서 각각 교수로 임용됐다.

소비에트 연방공화국 하에서 가끔 연락을 주고 받던 이들은 연방 해체 이후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의 관계가 멀어지면서 왕래조차 힘들어져 거의 만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또 한번 생이별 상태가 된 이들에게 고국에서의 만남을 주선한 이는 한국외대 사학과 임영상(51) 교수다. 2000년부터 구 소련국가의 고려인 동포사회를 연구하며 저명한 고려인들의 생애를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는 임 교수는 지난해 김 표트르 교수와 함께 시베리아를 여행하면서 이들의 굴곡 많은 가족사를 처음 듣게 됐다. 형제의 사정을 알게 된 임 교수는 이번 토론회에서 우가이 교수가 발표자로 선정되자 김 교수를 초청하게 된 것이다.

이들 형제는 13일 토론회에 함께 참석한 뒤, 14일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특강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