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이라크 포로에 대한 비인간적인 고문·학대는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했으며, 미 정보 당국과 중앙정보국(CIA)의 요청하에 조직적으로 자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AFP통신이 8일 입수한 안토니오 타구바 미 육군소장이 작성한 비밀 보고서에 따르면 성적 고문에는 공개된 학대행위 외에도 ▲여성 포로의 나체사진 촬영 ▲남성 포로의 성기에 전선 연결 ▲개를 풀어 포로들을 실제로 문 경우 등이 포함되며, 여성 포로와의 성관계도 있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한 증인의 말을 인용, 군인들이 수감자를 둘러싸고 ‘킥복싱’ 연습을 했으며 누가 수감자들을 차서 멀리 날려 보내는지 내기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증인은 “주로 가슴과 목, 성기 부분을 집중 구타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여성 미군 헌병인 사브리나 하먼(Harman)은 8일 워싱턴 포스트에 아부 그레이브 교도소 치안을 담당한 자신의 헌병 중대는 “군 정보기관과 민간 심문 계약업체들로부터 심문에 앞서 이라크 포로들의 환경을 ‘지옥으로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CIA와 군 정보기관들이 포로들에게 잠을 허용하거나 음식·옷·매트리스·담배 등을 주는 것 등을 일일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먼은 알몸으로 피라미드처럼 쌓여 있던 이라크 포로들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던 사진 속의 인물이다.

그녀는 그동안 전쟁 포로의 처우를 규정한 제네바 협약에 대해서는 교육받은 적이 없었고 기소된 이후 처음 읽어보니 교도소에서 일어난 모든 일이 협약 위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잠 안 재우기 ▲나체로 오래 방치하기 ▲여군 앞에서 자위 강요하기 ▲수감자에게 두건 씌우기 등과 같이 이번에 공개된 학대행위는 미·영국군이 개발해낸 고도의 고문기법의 일부로 포로의 충격과 수치심을 유발하도록 고안된 이른바 ‘R2I(심문 저항기법·Resistence To Interrogation)’라고 보도했다.

한편 미군은 포로 학대행위에 대한 민간 단체의 이의 제기를 계속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사면위원회가 작년 5월 바그다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항의한 것을 비롯해 국제적십자사는 미군이 운영하는 14개 이라크 내 수용소를 작년 5월 31일부터 10월 24일까지 방문하고 미군 당국에 포로 학대행위를 생생하게 전달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