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댁' EBS 밤 11시10분
어버이날에 어울리는, 60년대 말 70년대 초반을 대표하는 수준급 가족영화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를 비롯해 한가족 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온갖 상황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다작 속에서도 주연으로 등장한 적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황정순 할머니가 한국영화 속 전형적 어머니 상을 완벽하게 구현한다. 함께 출연한 것을 좀처럼 보지 못했던 김진규와 신성일이 벌이는 연기 대결을 지켜보는 것도 큰 재미다. 작은 며느리 역 남정임의 미모를 새삼 확인하는 맛도 제법 강렬하고.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심각하게 위협받았던 전통적 가족 가치를 끝내 지켜내는 영화의 교훈적 결말이 다소 보수적·상투적으로 비칠 수도 있겠으나 그에 못지않게 큰 감흥을 선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 감흥엔 투박하면서도 구수한 사투리가 한몫한다. 간만에 이 코너에서 만나는 색채의 맛깔도 퍽 진한 편이다. 감독 장호일. 1968년. 약 87분. ★★★☆
'테일러 오브 파나마' SBS 밤 1시50분
‘엑스칼리버’ ‘장군’의 명장 존 부어맨이 연출한 2001년 베를린 영화제 경쟁 진출작. 파나마 운하 본국 반환을 계기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극적으로 극화했다. 피어스 브로스넌, 제프리 러시, 제이미 리 커티스 등 눈길을 끄는 출연진에 이국적 정취의 풍광, ‘007시리즈’ 등 기존 할리우드 첩보 스릴러를 조롱·비판하는 풍자적 주제의식 등이 어우러져 예상치 못한 시너지 효과를 낸다. 원제 The Tailor of Panama. 2001년. 109분. ★★★
'재회' KBS1 밤 11시25분
어느 날 미지의 아버지, 달리 말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길을 나서는 17세 소년의 이야기를 추적한 스페인 영화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의 에스테반, 엘로이 아소린이 주인공 파블로로 등장한다. 진부하지만 현실적 개연성 높은 이야기나 배우들의 호연에 힙입어 숱한 영화제에서 작품상·감독상·연기상 등을 거머쥐었다. 감독 미구엘 에르모소. 원제 Como Un Relampago. 1996년. 약 99분. ★★★★☆
(전찬일·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