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외길을 고집해온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77) 국가평의회 의장이 고립무원으로 빠져들고 있다. 45년 앙숙 미국이 봉쇄정책 강화를 예고한 가운데, 멕시코와 페루가 대사를 소환하는 등 중남미에서도 ‘왕따’ 신세가 되고 있다.
카스트로의 독설이 발단이었다. 그는 지난 1일 노동절 기념사에서, 지난달 유엔 인권위의 대(對)쿠바 결의안에 멕시코와 페루 등이 찬성표를 던진 것을 두고 “미국 뜻에 따랐다”며 힐난했다. 격분한 멕시코와 페루 정부는 각각 쿠바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한 데 이어, 멕시코는 4일 자국 주재 쿠바 대사까지 추방했다. 페루·온두라스·니카라과도 공개적으로 쿠바를 비난했다. 이미 아르헨티나(2001년)와 우루과이(2002년)도 쿠바 주재 대사를 소환한 바 있다. 이제 지역에서 남은 ‘친구’라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정도다.
미국은 쿠바 봉쇄의 고삐를 더 조일 태세다. 국무부 산하 ‘자유 쿠바 원조위원회’는 쿠바에 대한 미국 자금 차단 등을 포함한 일련의 정책을 담은 보고서를 완성, 대통령 결제만 남겨놓았다. 500쪽짜리 보고서의 5분의 4가 ‘카스트로 이후’ 민주정부 지원 방안이며, 나머지는 카스트로 정권을 끝내기 위한 방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제3세계와 구미 좌파 지식인들 사이에 ‘희망’이기도 했던 쿠바는 계속된 뒷걸음질과 독불장군식 외교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래도 카스트로는 지난 1일 노동절 연설에서 녹색 군복 차림으로, 미국의 공세에 대해 국민들이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바쳐 조국을 지킬 거라고 호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