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위 관계자들이 “북한은 이라크처럼 되고 싶지 않다”면서 알 카에다 등 국제 테러단체에 핵 물질을 수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가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국제정책센터(CIP) 셀리그 해리슨 아시아 담당 소장이 지난달 20~24일 북한을 방문해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백남순(白南淳) 외무상,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과 면담한 내용을 1면에 실었다.
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해리슨 소장에게 “북한은 외화를 벌기 위해 미사일 수출은 하지만 알 카에다 등 테러단체들에는 ‘절대’ 핵 물질을 수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이 같은 우리의 핵 정책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면서 “우리는 이라크와 같은 운명을 겪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 백남순 외무상은 “우리는 야만적인 9·11 테러를 저지른 알 카에다를 비판한다. 우리는 모든 형태의 테러행위에 대해 반대한다. 우리의 핵 개발 계획은 오로지 ‘자기방어’를 위한 것”이라면서 “사실 우리는 (미국의) 도움과 우정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북한 관리들은 “플루토늄 동결문제는 오는 12일로 예정된 6차 회담 실무회의에서 즉각 논의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와 관련, 김계관 부상은 “북한은 플루토늄 프로그램을 동결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풀고, 다각적인 에너지 원조를 하면서 테러국가 지정에서 북한을 제외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고 FT는 보도했다.
해리슨 소장은 “북한은 단계적으로 핵 개발을 포기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핵무기 포기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국의 요구처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CVID)’ 방식의 핵 개발 포기는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해리슨 소장은 3년 전 자신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와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으로 ‘경제 분야’를 꼽았다. 평양시내 통일시장에는 2200여개 점포들이 농산물에서 TV까지 상품을 팔고 있는 등 서서히 ‘통합경제’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
부시 정부의 대북 강경 노선을 비판해온 해리슨 소장은 1972년 미국 언론인으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당시 김일성(金日成) 주석을 인터뷰했으며, 지금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방북한 ‘북한 전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