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용배(50) 추계예술대 교수가 3일 예술의전당 신임 사장에 임명된 것을 계기로 그의 출신학교인 ‘서울대 미학과’가 새로운 문화권력의 무기고(武器庫)로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김윤수씨, 김지하씨, 김홍남씨, 유홍준씨, 황지우씨, 진중권씨 (상단 왼쪽부터)

이 정부의 문화 정책을 주도하는 ‘싱크탱크’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이영욱(47) 원장과 영화 관련 정책 등에 깊숙이 참여해온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심광현 원장이 미학과 학부·대학원 출신이다. 이 정부 들어 주요 문화기관장에 임명된 인물들 가운데도 미학과 인맥이 두드러진다. 국립현대미술관 김윤수(68) 관장, 국립민속박물관 김홍남(56) 관장, 2005년 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 주빈국 조직위원회 산하 한국의 책 100권 선정위원장을 지낸 시인 황지우(52)씨 등이 문화행정의 방향을 정하고 실천하는 자리를 새롭게 채웠다.

눈을 현장으로 돌려보면 서울대 미학과 출신들의 활동 반경은 가히 전방위다. 문단에는 김지하(63), 황지우가 있고 공연계에서는 정일성(63) 극단 미학대표, 정한룡(58) 연우무대 대표, 강준혁(57) 스튜디오 메타대표, 연출가 이상우(53)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공연기획의 개척자 구자흥(59) SCA문화디자인대표 등을 꼽을 수 있다. 88년 국내 최초의 영화기획사 신씨네를 세워 ‘은행나무 침대’ ‘구미호’ 등을 히트시킨 신철(46) 신씨네대표도 미학과 출신이다. 출판계에서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펴냈다가 고초를 겪었던 이론과 실천사의 김태경(50) 사장이 있다.

학계에서는 김문환(60) 교수가 모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으며 미술사 부문에서도 활약이 두드러진다. 김윤수 관장을 비롯, 권영필(63)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55) 명지대 교수 등이 있고 ‘미학 오디세이’의 저자이자 인터넷 독설의 논객 진중권(41)씨도 미학과를 나왔다. 인터넷신문 ‘대자보’를 창간, 일찌감치 인터넷 안티조선 논객으로 명성을 날린 웹진 ‘신데렐라’(www.xinderella.com)의 변희재(32) 대표도 있다.

이처럼 한눈에 일별하는 서울대 미학과 출신들에게서는 적잖은 공통점이 발견된다. ‘주류문화에 대한 저항과 새 분야 개척의 프런티어’, 달리 말하면 주류에 대한 삐딱한 태도다. 서울대 철학과의 한 교수는 “미학도들은 대학 때부터도 주류 의식으로 충만한 철학도들과 달리 저항적이랄까 반항적인 분위기 속에 있었던 것 같다”며 “예술과 감성에 대한 이들의 강한 취향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성제대 ‘미학 및 고미술사 연구실’로 출발한 이 학과는 서울대의 출범과 함께 문리대에서 분리돼 예술대학에 편입됐다가 문리대로 복귀했지만, 70년대 들어 철학과에 통합되었다. 별도의 학과로 ‘완전 독립’한 것은 1984년 말이다. 그때까지 미학과에는 전임교수라야 늘 1~2명뿐이었다. 그것이 오히려 서울대 미학과 특유의 독립성, 자유를 중시하는 풍토를 만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제 미학과 출신 50대 안팎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한국의 문화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권력’이자 주류가 되었다. 이들이 ‘비주류―대안적 비판 세력’으로 지녀왔던 건강성과 분방성을 과연 주류 문화로 수렴해가는 데 성공할 것인가. 한국의 문화 발전은 새로운 시험대에 놓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