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의 고달픈 인생사를 들어야 하는 택시 기사들도 인생이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모범택시기사 이기수(42·경력3년)씨는 얼마 전 인천공항에 승객을 태우고 갔다가 다시 서울로 나오는데 18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이씨는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이 그만큼 줄었다”며 “이틀 동안 한푼도 못벌고 택시 대기장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심정을 알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요즘 택시운전기사들은 “2년 전보다 근무시간이 7~8시간 더 늘었다”고 말한다. 살림을 위해 예전 수준으로 벌려면 근무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무리 오래 근무를 해도 벌이는 2년 전보다 못하다.
이태희(52·경력 25년)씨는 스스로를 ‘노숙자’에 비유했다. 돈을 벌기 위해 손님을 기다리면서 차에서 잠을 자는 횟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집에 들어가서 자는 날이 드물어. 동료 기사들 중에는 아내가 파출부일을 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40대 택시기사는 “97년에는 한달에 200만원도 가능했고, 1년 전만 해도 120만~130만원은 벌었는데, 요새는 100만원도 안된다”며 “최근 고속철까지 운행이 시작돼 지방으로 가는 손님도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아예 가정에서 부업을 하는 택시기사도 있다. 모범 택시를 모는 김복남(58)씨는 오전에 직장다니는 며느리 대신 손자를 봐주고 오후 7시쯤부터 택시영업을 한다. 김씨는 “애보는데 사람을 쓰면 4만원이 드는데, 오전 내내 일해봤자 그만큼 못버니 차라리 내가 애를 보고 돈을 받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