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에 사는 우순식(36·운전)씨는 다가오는 어린이날이 반갑지 않다. 얼마 전 초등학교 3학년인 딸로부터 “5월 2일부터 5일까지 학교에 안 가도 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우씨는 학교가 3일과 4일에 특별히 쉬어야 할 이유를 몰랐기에 학교측에 문의를 했다. 돌아온 답변은 “학교장 재량으로 연간 운용할 수 있는 가정수업일 중 일부를 이번에 쓰게 됐다”는 것이었다. 딸은 4일 동안 학교를 가지 않게 돼 벌써부터 신이 났지만 이런 딸을 바라보는 우씨의 심사는 복잡하기만 하다.
우씨가 사는 지역은 대구에서도 빈부 격차가 심해 맞벌이를 하며 근근이 살림을 꾸려나가는 저소득층 학부모들이 많이 있다. 부모들이 늦게까지 집을 비워야 할 형편에 아이들이 받아온 4일간의 ‘방학’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체육관에서 차를 운전하는 우씨는 보통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오후 9시가 훌쩍 넘어버린다. 회사에 다니는 아내도 8시는 돼야 집에 돌아온다. “3일과 4일 하루 종일 ‘방치’될 딸 아이를 생각하면 답답할 뿐”이라는 우씨는 “그나마 아내는 어린이날에도 일을 해야 한다니 딸 얼굴을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학교에 가야 무료 급식을 받을 수 있는 결식 아동들은 장장 4일 동안 식사를 해결할 길이 막막하니까요.” 우씨는 이번 결정을 내린 학교측을 이해하기 힘들다. “교육하시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었다면 이런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과 즐겁게 어린이날을 보내기 위해 행복한 고민을 하는 부모까지는 못 되더라도 그날만은 딸 아이에게 밝은 얼굴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렇게 말하는 우씨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