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초반의 여성 디자이너가 자유분방한 발상으로 발명에 뛰어들어 쟁쟁한 경력의 교수·기업인 발명가들과 나란히 발명상을 받았다. 공중에 뜨는 이동식 조명기구 ‘버블동동’으로 최근 특허청과 한국여성발명협회가 선정한 ‘여성발명우수사례‘ 5인 중 하나로 뽑힌 조명 디자이너 서혜민(徐慧玟·23·㈜알토라이팅)씨. 발명 경험이 전혀 없던 그녀는 이 발명 ‘데뷔작’으로 여성발명 우수사례 역대 최연소 수상자가 됐다.
“풍선에 조명장치를 넣어 실내에 둥둥 떠다니게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처음엔 다들 말도 안 된다고 하더군요. 풍선으론 아무리 가벼운 전구라도 띄울 수가 없고, 더구나 풍선 속에 전구를 넣었다간 발열로 풍선이 터져버릴 거라고요.”
그러나 서씨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고 꿈을 실현시켰다. 그는 홍익대 미대 금속조형디자인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작년 겨울, 졸업작품전에 떠다니는 조명기구를 내놓았다. 헬륨 가스를 채워넣은 지름 1m의 커다란 풍선모양에 스위치가 달린 손잡이까지 있다.
무게는 500g도 채 안 되지만, 빨강·파랑 빛이 아롱거리는 이 풍선은 제법 아늑하게 어둠을 밝힌다. 실내를 둥둥 떠다니기 때문에 ‘달구경’을 하는 듯한 환상적 느낌을 안기며 집 안에 전혀 새로운 분위기를 빚어낸다. 전시회에서 이를 본 어린이들은 “가져가겠다”고 떼를 쓰고, 어른들도 넋을 잃고 바라본다.
이 풍선조명장치의 비밀은 전구 대신 사용한 차세대 광원(光源) ‘에리디’에 있다. 서씨는 “반도체를 이용해 가볍고 열이 나지 않으며 수명이 반영구적”이라고 했다.
“간신히 소재를 찾은 것까진 좋았는데, 가스가 새지 않게 하면서 반도체 회로를 풍선 밖으로 빼내는 작업이 또 막막하더군요. 관련업체와 공장, 공과대학 등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청했지만 다들 고개만 저었죠.”
6개월 동안 작업실에서 살다시피 하며 개발한 끝에 ‘물건’을 선보이자 발표회에 온 외국대학 교수들도 “실용성과 디자인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킨 작품” “세계시장에서도 강하게 어필할 것”이라고 칭찬했다.
일단 특허를 내자 국내외 기업체로부터 “단독계약을 맺고 대량생산에 들어가자”는 제안도 밀려들었다. 앳된 티가 가시지 않은 이 여성발명가는 “소재도 더 고급스럽게 하고, 밝기 조절기능을 더하는 등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서씨가 이 신기한 발명품의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작년 봄. 놀이공원에서 어린이들 손에 들려있는 풍선을 보고 ‘이거다’ 싶었다.
“조명기구를 꼭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만 만들라는 법 있나요? 특히 풍선은 어린이들이 늘 만지며 노는 친근한 물건인 데다, 어른들에게도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라고 생각했어요.”
조명개발회사에 입사한 지 4개월된 ‘햇병아리’ 서씨는 “장식을 위한 장식이 아니라 기능 자체가 형태에 드러나는 디자인을 해 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어릴 때부터 돌멩이·풀잎을 갖고도 장난감을 만들어내는 등 손으로 뭔가를 꾸며내는 일을 좋아했다”는 그는 “공간의 느낌을 무궁무진하게 변화시키는 빛을 주무른다는 점이 좋아 조명디자인을 직업으로 택했다”고 말했다.
“아무리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힘든 일이라도, 해낼 수 있다는 확신과 의욕이 더 크면 안 될 거 없죠. 정말, 상상하는 만큼 이루어져요!” 그의 작품은 4일 오후 2시 서울 코엑스몰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