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 동·서 유럽국가가 어우러진 거대 유럽연합(EU)이 1일 탄생했다. 1950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라는 작은 꿈에서 태동한 드라마가 54년 만에 큰 결실을 본 것이다.
새로운 EU는 인구 4억5000만명, 국내총생산(GDP) 8조8000억유로, 교역규모 2조3400억유로의 거대 경제권이다. GDP는 미국과 맞먹고, 인구와 교역규모는 미국보다 많다.
‘거대 중국’에 이은 ‘거대 EU’의 탄생은 세계가 급변하고 있다는 신호다. 세계 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EU의 요구사항은 우리 통상과 산업에 또 다른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대국과 공업국, 농업국이 하나가 되면서 EU의 자족 기능은 더욱 커지고, 우리 같은 외부 국가가 끼어들 여지는 더욱 좁아질지도 모른다. 현지화와 세계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을 더욱 강화하지 않으면 우리 기업들은 울타리 밖의 낯선 손님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세계의 흐름이 굽도는 지금 우리 정치인들은 여전히 ‘좌냐 우냐’ ‘진보냐 보수냐’는 낡은 이념놀이에서 헤어날 줄을 모르고 있다. 거대 유럽시장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과 인도라는 신흥 경제권의 부상 속에서 우리의 파트너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EU와 같은 아시아공동체를 한·중·일 중심으로 만들 수 없는가. 이런 의문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정치인은 찾을 수가 없는 게 우리 정치의 오늘 모습이다. ‘아시아의 스위스가 되겠다’ ‘동북아 중심국가가 된다’는 아귀도 맞지 않는 막연한 구상만 되뇌고 있는 정부도 답답하기는 한가지다.
남들이 허황하다 했던 꿈에 싹을 틔워 50여년 만에 열매를 맺게 한 게 EU다. 우리가 동북아시아에서 그런 꿈을 꾸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그러려면 국제적 안목을 가진 정치와 정치가가 솟아 올라야 한다. 이념놀이나 벌이며, 국민들을 적(敵)과 동지로 갈라놓을 일만 골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르겠다는 포부부터 밝히는 오늘의 정치로는 그런 꿈조차 꾸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