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갑을 잃어버렸다. 버스에서 시험공부 한답시고 교재를 본 것이 화근이었다. 버스에서 내린 뒤 몇 발자국 가지 않아 지갑을 놓고 내린 것을 알았다. 돈은 얼마 없었지만 학생증과 주민등록증,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버스 회사에 전화했다. 전화 받으신 아저씨는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해 보라”고 했다. 그 아저씨는 아침 바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 그 시간대의 버스를 일일이 확인해 주셨다. 비록 지갑은 못 찾았지만, 오히려 미안해 하시는 아저씨의 목소리에 속상했던 기분이 사라지고 고마움만 남았다.

마음 따스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고 있는데 집에서 연락이 왔다. 지갑을 찾았다는 것이다. 버스에서 지갑을 발견한 한 승객이 지갑 안에 들어있던 명함을 보고 일일이 연락했고, 마침내 우리 가족을 찾아내 전달해 주셨던 것이다. 그분께 사례하려고 연락드렸더니 “시험이나 잘 보라”며 전화를 끊으셨다.

요즘 세상이 각박하다느니 인정이 메말랐다느니 한다. 하지만 이런 마음 따뜻한 일을 겪고 보니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돈도 이미 누가 가져가 버린 쓸모없는 지갑을 주워, 일일이 확인하며 찾아주신 그분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 남의 일에 신경도 쓰지 않던, 개인주의자였던 내겐 큰 반성의 기회였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 주는 촛불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조수정·대학생·서울 중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