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음악과 그림, 글의 삼중주가 들어 있다. 바흐·쇼팽·비발디를 선율로, 이미지로, 시로 만난다. 슈만의 ‘여인의 사랑과 생애’,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5번’ 등 클래식 24곡에 대한 글과 그림을 담은 책에는 76분짜리 음악 CD도 들어 있다. 명곡을 들으면서 그 음악에 대해 풀어간 섬세한 글을 읽는 맛이란.
예를 들어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에 곁들여 지는 시. “누군가 저 깊은 층계를/ 내려가고 있다. 아니/ 누군가 저 높은 층계를/ 올라가고 있다. 한 층계씩/ 그 사람이 촛불을 켠다./ 갑자기 사방이 환해진다./ 저 깊은 음계 아래서 긋는/ 라 장조의 지그,/ 촛불의 춤.” 다음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21번’. “오선지 위에서/ 천상의 작은 새 몇 마리가 놀고 있다./ 퐁퐁 포로롱, 하얀 눈 위에/ 작은 새 발자국도 퐁퐁 포로롱./ 별들이 쏟아질 것 같은 너무 투명한 하늘,/ 그곳 별들이 내는 소리다,/ 모차르트의 제2악장.” 음악과 문학이 만나는, 그 딱 들어맞는 듯한 일치감을 만끽할 수 있다.
책에는 음악 한 곡 한 곡을 화면에 풀어낸 작가 백순실씨의 판화도 펼쳐진다. 이번 책에 들어간 판화는 파주 예술가 마을 헤이리의 ‘한길 아트스페이스 3’(031-955-2032)에서 5월 1~30일 열리는 전시에서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