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린 브로코비치' KBS 2 밤 11시10분

줄리아 로버츠가 그저 ‘귀여운 여인’에 불과한 것은 아니란 사실을 보여준 수준급 휴먼·법정 드라마. 에린 브로코비치는 수질 오염을 야기시킨 미 굴지의 대기업과 수년에 걸친 법정 소송을 벌여 마침내 승리를 이끌어 낸 실존 인물이다.

줄리아는 그 영웅적 여성을 열연해 2001년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결국 영화는 ‘줄리아의, 줄리아에 의한, 줄리아를 위한’ 영화인 셈이다. 그렇다고 스티븐 소더버그의 연출력이 꽝이란 의미는 결코 아니다. 그는 안정감 넘치는 연출력을 넉넉히 뽐낸다. 대중적 호흡에서도 만만치 않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스물 여섯에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1989)로 칸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영화 천재’로서의 비범에는 다소 못미치지만 말이다. 그는 이 영화의 비평적·대중적 성공에 힘입어 바야흐로 제2의 영화 행보를 활발히 걷고 있는 중이다. 원제 Erin Brockovich. 2000년. 약 127분. ★★★★(4개 만점).

'남부군' MBC 밤12시25분

한국전쟁을 취재하던 종군 기자로서, ‘남부군’으로 불리던 ‘조선 노동당 유격대’ 소속 빨치산(Partisan)으로 살았던 이태씨의 동명 수기를 영화화한, 한국 영화사의 ‘기념비적’ 문제작이다. 이강천 감독의 ‘피아골’(1955) 같은 선례가 있긴 하나, 훗날 등장할 진일보한 일련의 북한 관련 영화들의 선구적 작품인 것이다. 돌이켜보면 영화의 대(對) 북한 시각은 상당히 앞선 것이었다. 휴머니즘이면서도 탈 냉전적이었다. 강추. 감독 정지영. 1990년. 약157분. ★★★★


'고교 얄개' EBS 밤 11시10분

영화사적 의의에서라면 ‘남부군’ 못지않은 주요 작품이다. 김응천 감독의 ‘여고 졸업반’(1975), 문여송 감독의 ‘진짜 진짜 잊지마’(1976) 등과 함께 1970년대 후반 한국 사회를 강타한 ‘하이틴 무비’(10대 영화)의 주역이었다. 조흔파의 인기 명랑 소설을 영화화했다. 이승현, 김정훈, 진유영, 강주희, 정윤희, 하명중 등 출연진을 목격하는 감흥만으로도 놓치기 아깝다. 감독 석래명. 1976년. 약 90분. ★★★

(전찬일·영화평론가)